[남훈의 클래식 패션 산책]<9>상의는 말쑥한데 바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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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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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 세계는 ‘1+1=2’라는 수학과도 다르고, 피카소처럼 천재적인 영감에 의해 이해되는 예술과도 좀 다르다. 평범한 옷이 착용자의 감성과 결합하면서 최고의 가치로 빛나기도 하고, 반대로 세계적 브랜드를 온몸에 걸치고도 본래 값어치의 반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유는 남성복에서 모든 핵심은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떤 슈트, 구두나 가방이든 그들은 착용자의 더 나은 품위와 활동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의미를 획득하기 때문에 비록 몸을 덮는 면적과 가격은 다를지언정 각각 공평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비즈니스맨들이 입는 슈트는 상의와 하의의 화학적 결합이지만, 상의에 대한 관심이 워낙 크기 때문에 바지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바지는 결코 사소하지 않으며 옷차림의 수준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아이템이다. 특히 겉옷과 따로 노는 화려한 타이가 멋진 이미지를 줄 것이란 헛된 믿음만큼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미신 하나가 남자들이 바지를 길게 입어야 키가 커 보인다는 근거 없는 정보다. 하이힐을 신는다면 모를까, 바지가 구두 굽을 덮을 정도로 길면 하체의 무게중심이 더 내려가면서 다리는 오히려 더 짧아 보이고 발목에서 뭉친 바짓단은 다리를 휘어보이게 만든다.

몸에 잘 맞는 재킷이 남자를 다섯 살 젊어보이게 하는 것처럼, 적절한 바지는 사람이 움직일 때 밑단이 구두 끝에 닿을락 말락 하는 정도가 좋다. 또 바지 실루엣은 스트레이트가 아니라 구두에 가까이 갈수록 서서히 좁아지는 형상이 실제 체형과 부합하고 착용감도 좋다. 바지의 통이 넓으면서 길이만 짧게 되면 아래로 좁아지는 다리를 박스로 억지로 감싼 듯한 실루엣이 연출돼 몸의 조화가 깨져버린다. 바지를 입고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바지 끝에서 구두가 반 정도 보이도록 바지 넓이를 설정하면 된다.


강조하면 바짓단, 즉 턴업은 유행과 상관없이 바지 소재, 무게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며, 본래는 바지가 흩날리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디테일이다. 무게중심을 잡아서 실루엣을 유지한다는 확실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4∼5cm로 두툼하게 하는 것이며 턴업을 하지 않으면 바지 안쪽으로 접어 올린 단의 바느질 자국이 언제나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두툼하게 턴업을 한 바지와 일반 바지를 동시에 입어보면 확연하게 느낄 것이다. 그리고 ‘카브라’는 ‘와이셔츠’처럼 정체불명의 일본말이니 주의!

남훈 제일모직 란스미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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