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섭 교수의 패션 에세이]<17>‘블링블링’그 욕망의 반짝임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반짝이는 것’들에 인간의 욕망이 본능적으로 꿈틀대는 데는 그만한 역사적, 과학적 의미가 있다. 커다란 보석 장식이 돋보이는 ‘랑방’의 2011년 가을, 겨울 컬렉션. PFIN 제공
반짝이는 것’들에 인간의 욕망이 본능적으로 꿈틀대는 데는 그만한 역사적, 과학적 의미가 있다. 커다란 보석 장식이 돋보이는 ‘랑방’의 2011년 가을, 겨울 컬렉션. PFIN 제공
추운 겨울, 찬바람과 우중충한 하늘과 대조되는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들이 모여 도시에 활력과 온기를 준다. 이런 연말이면 으레 모임 자리가 있게 되고, 1년에 한 번쯤은 특별한 변신을 꿈꾸는 마음도 생기기 마련이다. 간단히, 그렇지만 임팩트 있게 스타일링을 하려다 보면 ‘블링블링’ 반짝이는 패션 아이템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반짝이는 것에 대한 욕망의 역사는 곧 문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을 숭배했다. 그래서 그들은 옷이며 장신구며 피라미드에까지 태양의 의미를 숨겨 놓았다. 태양이 비추는 햇살의 느낌을 옷의 주름으로 표현했고 피라미드의 정점은 프리즘의 형상을 띠었다. 또 목에 두르는 반원형의 목걸이, 파시움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에메랄드 자수정 터키석 등의 보석을 같은 종류끼리 배열한 뒤 보석 사이를 금줄로 엮었다.

비잔틴시대에는 그리스, 로마풍인 ‘그레코로만’과 동서 무역의 영향으로 동양풍이 가미됐다. 특히 페르시아의 화려한 색채 감각과 중국에서 건너온 두꺼운 실크는 서양 패션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알사탕만 한 자수정, 에메랄드, 진주 등으로 장식한 십자가 형태의 장신구들은 화려한 자태를 자랑했다. 후에 샤넬은 그 십자가 문양과 진주 장식을 본뜬 뒤 체인 장식과 함께 매치해 브랜드 고유의 새로운 액세서리로 재탄생시켰다.

엄격한 중세시대에도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반짝이는 의상과 액세서리들은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거대한 실루엣의 옷에 온갖 종류의 보석을 직접 다는 바람에 옷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원추형의 받침대가 개발되기도 했다.

바로크, 로코코시대를 거치면서 반짝임에 대한 열망과 숭배는 시대 상황과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경중을 달리했다. 하지만 이는 언제나 존재했고 또 필요했다.

20세기가 열리면서는 화려함이 대중화됐다. 과학기술 등의 발달로 금속판을 원형으로 찍은 뒤 비늘처럼 연결한 스팽글이 등장했고 인조금속사가 개발돼 온갖 화려한 직물들을 저렴하게 짤 수 있었다. 또 유리알에 색상과 투명도, 강도를 강화한 인조보석이 등장하면서 누구든 원하기만 하면 반짝임의 매력을 소유할 수 있었다. 이는 계급과 신분제도의 타파로 엄격한 규율과 복식제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또 동시에 은막의 대중스타가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이 입고 치장하고 바르기까지 하는 반짝이는 아이템들은 대중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그 때문에 ‘유행’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반짝임의 역사는 천박하거나 가볍지 않다. 오히려 다른 어느 욕망의 역사에 비해 더 정치적이고 종교적이고 과학적이다.

블링블링한 반짝임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시대, 그리고 그것을 뽐낼 수 있는 계절에 감사하면서 이것을 십분 누려볼 것을 권하고 싶다. 반짝임의 역사는 몇천 년을 갈고닦은 내공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