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4개월쯤 남았다. 장마가 지나면 폭염이 수험생을 또 괴롭힐 것이다. 건강을 맡길 곳은 음식밖에 없다. 머리를 맑게 하고 두뇌회전을 돕는 음식이라면 수험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응원군’이다.
산에서 나는 임산물은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무더운 여름, 산에서 제철 먹을거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사계절 손에 넣을 수 있는 잣 등 견과류는 그나마 위안이 된다.
콩국수의 계절에 콩 대신 잣은 어떨까. 독특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잣국수와 산삼에 버금간다는 더덕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잣국수
잣나무는 소나무처럼 절개를 상징한다. 신라 제35대 경덕왕 때 승려 충담사가 화랑 기파랑을 추모하며 쓴 향가 ‘찬기파랑가’에도 잣나무가 등장한다. 기파랑의 이상과 절조를 찬미하는 데 빗댔다.
잣은 잣나무 열매다. 송이를 털어서 알알이 빼내어 단단한 껍데기를 벗기고 다시 안의 얇은 속껍질을 벗겨야 하니 귀한 씨앗이다. 그래서 ‘서민들은 구경도 못 하고 신선이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임금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초조반이라는 이른 아침을 올리는데 잣죽이 많았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잣을 제일로 쳤다. ‘본초강목’에도 ‘신라송자’(新羅松子·신라의 잣나무 씨)의 약효가 으뜸이라 했다. 얼마나 인기가 있었기에 당나라로 간 유학생들이 잣을 팔아 학비와 생활비로 썼을까.
중국 진나라가 망했을 때 산속으로 도망간 궁녀들이 잣을 먹은 뒤 얼굴에 윤기가 흐르고 머리가 세지 않았다고 한다. 호두와 같이 뇌기능을 활성화해 수험생 건강관리에 좋다고 한다.
잣국수는 콩국수의 콩을 잣으로 대체한 것이다. 콩은 삶지만 잣은 날것으로 사용한다. 잣국수를 만드는 동안 집 안은 고소함으로 가득하다. 먹고 난 뒤 입안의 잔향도 오래 남는다. 잣국수는 라면을 끓이는 만큼 쉬운 일이니 집에서 만들어 보자. 요즘은 재배면적이 늘어 가격도 많이 저렴해졌다. 산림청이 운영 지원하는 임산물 직거래장터(forest.esupro.co.kr)에서 100g당 6000∼7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네 식구가 잣국수를 한 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경기 가평 등지에 잣국수 전문점도 많이 생겼다.
더덕채소쌈
더덕은 고서에 ‘가덕(加德)’으로 표기돼 있다. 덕이 더해진다 해서 ‘더덕’이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설이다. 첩첩산중에서 군대생활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더덕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을 알 것이다. “심봤다”고 외쳤다.
산삼에 버금가는 약효가 있다 해서 ‘사삼’이라고 했다. 요즘은 한약재보다는 무침 구이, 장아찌 등 다양한 음식으로 변신했다.
전국 유명 국립공원이나 사찰 입구 식당에 가면 더덕요리를 쉽게 접한다. 다만 그 출산지가 국내 야생이 아닌 재배나 외국산이 많은 게 좀 아쉽다. 자양강장식품으로 유명하고 폐와 비장 신장을 튼튼하게 한다. 기관지염 편도선염 등에 좋아 담배 피우는 사람들에게도 효능이 있다.
껍질을 벗기는 것이 다소 번거롭다. 사포닌 성분이 손에 묻어 끈적끈적할 때 기분이 좀 그렇다. 이럴 땐 불에 살짝 굽거나 끓는 물에 잠시 담갔다가 벗기면 감쪽같이 그 허물을 벗고 더덕 특유의 향이 반긴다.
더덕채소쌈은 더덕과 만두소(돼지고기 야채 당면 두부 등)를 섞어 데친 양배추 잎으로 쌈을 만든 음식이다. 얼핏 보면 양배추더덕만두라고나 할까. 향과 영양가가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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