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기자의 숲 속 요리 이야기]<2>산수유더덕냉채와 쑥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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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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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피로를 날려주는 묘한 이 맛

4,5월의 산야는 자연마트다.

어느 산, 들녘에 가더라도 자연이 주는 싱싱한 먹을거리가 있다. 달래와 냉이, 두릅과 쑥, 취나물과 돌나물 고사리 그리고 방풍나물…. 그중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쑥과 산수유다.

이 봄이 가기 전 산수유와 쑥 요리를 식탁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 산수유더덕냉채

남성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산수유와 기침 거담에 효능이 있는 더덕을 이용한 ‘산수유더덕냉채’. 조리·사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남성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산수유와 기침 거담에 효능이 있는 더덕을 이용한 ‘산수유더덕냉채’. 조리·사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산수유는 봄을 부르는 시춘목(始春木)이다. 얼음이 채 녹기 전인 2월 하순부터 핀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보다 훨씬 빠르다. 건방지게 잎도 나기 전에 노란 꽃을 피운다.

‘이른 봄/햇살이 씨앗을 뿌렸다/산수유 나무/품었던 씨앗을 틔운다/차조알 같이 자잘한 노란 꽃/아직 뺨이 시려/깨알만큼 얼굴을 내민/그래도 촘촘히 달린 산수유 꽃.’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정두리 님의 ‘산수유 꽃’이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에 등장하는 이 시는 ‘봄에 읽기 좋은 시’로 분류된다. 그만큼 봄을 대표한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경기 이천시 백사면, 경북 의성군에 산수유 마을이 있지만 한두 그루 산수유는 어느 집 정원에서도 볼 수 있다. 자태가 화려하고 눈은 부시지만 꽃은 몸에 별 도움이 안 된다. 가을에야 비로소 주렁주렁 열리는 열매가 보신(補身)의 주인이다.

‘산수유, 남자에게 좋은데’라는 ‘대박 CF’의 주인공이 바로 열매에서 씨를 제거한 과육이다.

여러 한의학서는 ‘남성 건광과 정력에 으뜸’이라 했으니 남자에게 좋긴 좋은 모양이다. 중국 고대 황실에서는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열매를 머리나 관모에 꽂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는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꽃과 열매를 연인에게 선물하는 풍습도 있다고 한다.

산수유가 식탁에 오르는 법은 많지 않았지만 향과 효능이 알려지면서 최근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에서 지난해 펴 낸 ‘숲에서 자란 청정 임산물 요리’ 50여 가지에는 산수유더덕냉채와 산수유떡케이크 등 4가지나 소개될 정도다.

산수유를 끓이다 보면 오묘한 향에 사로잡힌다.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코르닌 성분 때문이다. 봄의 주인공 산수유 소스에 위와 폐를 보호하고 편도샘염 인후염 기침 거담 등에 효능 있는 더덕을 드레싱한 산수유더덕냉채를 식탁에 올려보자.

◇ 쑥버무리

남편들도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쑥버무리. 조리·사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남편들도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쑥버무리. 조리·사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천하가 쑥이다. 쑥은 서민들의 친근한 먹을거리다. ‘할머니 어디 가요 쑥 뜯으러 간다’는 동화는 지지배배 제비 오는 봄날에 맛난 반찬, 귀한 반찬 구하러 들로 산으로 갯가로 뛰어다니는 손녀와 할머니 이야기다.

서양 구분 없이 쑥과 얽힌 이야기는 많다. 요한계시록에도 종말에 제3의 재앙은 ‘강의 물이 쑥같이 쓰다’고 했다. 고난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단군신화에도 곰이 쑥을 먹고 환웅의 아내가 되어 단군을 낳았다는 설화가 있다.

또 태백산 밑에 신시(神市)를 건설하고 인간 세상을 마늘과 쑥으로 병을 다스렸다는 기록도 있다. 약재 기능으로서의 쑥 얘기다. ‘쑥맥’이란 말은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전적 의미도 있지만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쑥은 어떤 식재료와 섞여도 향을 잃지 않는 지조와 성품을 지니고 있다.


봄날, 산야에서 주저앉은 아낙들은 대부분 쑥을 뜯는다. 그만큼 널려 있다. 우연히 쑥밭을 발견하면 맨손으로도 뜯는다. 금세 손끝과 손톱은 시커멓게 변한다. 향긋한 쑥 냄새가 몸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쑥 요리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쑥개떡 쑥국 쑥수제비 등…. 그중에서 어릴적 향수가 배어 있는 게 쑥떡과 쑥버무리다. 쑥이 쌀을 만나면 쌀의 산성을 중화하고 영양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고운 빛깔과 향미로 식욕을 돋운다. 쑥은 어린 쑥이 좋고 찜통만 있으면 가능하다. 가정에서 남자도 후딱 할 수 있어 아내와 자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

이기진 한식 중식 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    
공동기획 : 산림청
▼ 이렇게 만들어요 ▼

◇ 산수유더덕냉채

[재료] 산수유 3숟가락(가을에 수확되지만 마트나 산림조합 등지에서 씨를 제거한 마른 산수유를 구입할 수 있다)과 더덕 3∼5뿌리, 생밤 3개, 건대추 1개가 주재료. 산수유소스는 식초 2, 물엿 3, 설탕 1, 포도씨유 2숟가락과 소금 약간이면 된다.

1. 더덕은 껍질을 벗겨 나무망치나 칼등으로 두드려 부드럽게 한 뒤 결대로 잘게 찢는다. 이 작업을 마치자 주방은 온통 더덕향이 그윽했다. 국산 더덕은 손톱에 밴 향도 오래간다.

2. 산수유는 잘게 다진 후 물 2컵과 물엿 1숟가락을 넣고 끓여 반으로 졸여지면 나머지 소스 재료와 섞는다. 레드와인이나 오미자차를 연상케 하는 빛깔이다. 맛은 쌉쌀하면서도 달콤하다.

3. 산수유 소스를 잘게 찢은 더덕냉채, 그리고 잘게 썬 생밤과 대추를 고루 섞으면 완성이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하다. 귀한 요리이지만 산림청에서 운영을 지원하는 e숲으로 임산물직거래장터(forest.esupro.co.kr)에서 산수유 500g(10여 회 요리 분량)에 3만3000원 정도. 남은 산수유는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 쑥버무리

[재료] 쑥 100g(두 손 가득할 정도), 멥쌀가루 200g(차진 맛을 원하면 찹쌀가루를 사용해도 된다), 설탕 1숟가락, 소금 4분의 1숟가락, 물 약간

1. 쑥은 깨끗하게 씻은 뒤 물기를 제거한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죽이 되기 십상이다.

2. 체에 내린 멥쌀가루에 설탕과 소금을 넣어 잘 섞고 쑥과 골고루 버무린다.

3. 찜통에 물을 적당히 붓고 면보를 깐 뒤 그 위에 쌀가루와 버무린 쑥을 골고루 펴 올려놓고 20분가량 찌면 완성이다. 간단하면서도 쑥의 진한 향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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