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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연예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내일의 IT 백만장자’ 괴짜들 세계 코믹 터치

입력 2016-03-22 03:00업데이트 2016-03-22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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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실리콘밸리를 들여다보면서, 동시에 그들을 향한 세상의 선입견도 함께 보여 준다. 미국 HBO 홈페이지
후드 점퍼에 듬성듬성한 턱수염, 덥수룩한 머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사장의 행색은 모르고 보면 마실 나온 동네 사람인 줄 알 만큼 소박했다. 아니, 좀 촌스러웠다. 저 사람이 진짜 미래를 이끄는 기업의 보스라고? 그런데 그런 괴짜들의 고향이라 할 만한 곳이 있다. 바로 미국 실리콘밸리다.

미국 HBO에서 4월 시즌3을 내보내는 ‘실리콘밸리’는 이 실리콘밸리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트콤이다. 마크 저커버그를 쏙 빼닮은 리처드(토머스 미들디치)는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음악 앱을 막 내놓은 개발자로, 대학을 중퇴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하는 얼릭의 집에 빌붙어 사는 중이다.

내놓을 것 하나 없던 풋내기의 삶은 그의 앱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개발한 엄청난 원천기술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180도 바뀐다. 실리콘밸리 황제, 에인절 투자자(벤처기업에 자금을 대고 대가를 주식으로 받는 투자자) 피터와 누가 봐도 구글을 연상케 하는 정보기술(IT) 공룡 훌리의 대표 개빈이 동시에 그의 기술을 사겠다며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수백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친구지만 능력은 없는 동료를 잘라내야 하고, 공황장애에 시달리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리처드가 진짜 기업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줄거리보다 흥미로운 건 실리콘밸리에서 포착한 인간 군상의 모습 그 자체다.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여자랑 손잡아 본 횟수를 손에 꼽을 정도로 숙맥이고, 아무리 화려한 파티라도 환호할 줄 모르는 ‘범생이’들이다. 모든 창업경진대회의 발표가 “이 기술/앱/프로그램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것입니다”로 끝나지만, 실은 “다른 누군가가 우리보다 세상을 나은 곳으로 더 잘 만든다면 참을 수 없다”는 경쟁심으로 불타는 이들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이들 중 누군가는 분명히 하룻밤 사이에 백만장자가 되는 잭팟을 터뜨린다는 점이다. 그런 후광이 더해지면 내가 입으면 그냥 ‘추리닝’인 옷도 그가 입으면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명품’이 되기 마련. ‘실리콘밸리’라는 시트콤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 괴짜들의 삶이 이미 선망의 대상이 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가. 긱 시크(geek chic·괴짜 세련미)라는, 웃지 못할 단어까지 등장했다. 올해의 패션 트렌드라고 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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