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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연예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돌아온 X파일이 왠지 슬퍼지는 까닭

입력 2016-02-16 03:00업데이트 2016-02-16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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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돌아온 ‘엑스파일’. ‘엑스파일’ 예고편 화면 캡처
태초에 ‘엑스파일’이 있었다.

‘CSI’도 ‘24’도 ‘미드폐인’도 없던 그때에, ‘엑스파일’이 있었다. ‘뚜두두둥∼ 와왕왕왕왕와∼’ 하는 오프닝 음악과 “멀더” “스컬리” 하는 성우들의 연기로 각인된 ‘엑스파일’은 그 무렵 국내에서 보기 드문 팬덤을 형성한 미드(미국 드라마)였다.

‘엑스파일’이 지난달 24일부터 총 6회 분량으로 시즌10 방영을 시작했다. 시즌9가 방영된 지 무려 14년 만이다. 드라마 속에서 외계인이 침공을 시작하는 운명의 날로 지목됐던 2012년 12월 22일이 4년이나 지난 뒤이기도 하다. 과연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는 건재할까, 외계인들은, 그 수많은 초자연현상들은 여전할까.

시즌10은 ‘엑스파일’의 주요 줄거리였던 외계인 침공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로즈웰에 추락한 우주선과 외계인, 외계인 유전자를 지닌 소녀가 여전히 등장한다. 대신 음모의 주체를 뒤바꿔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동력을 마련했다. 연방수사국(FBI)을 떠나 의사로 일하는 스컬리와 시골에서 은둔하는 멀더는 주름살만 좀 늘었지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그대로다. 도마뱀 인간이나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나는 믿고 싶다(I want to believe)” 같은 결정적 한마디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여러모로 옛 팬들을 의식한 모양새다.

하지만 왠지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매끈한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로 무장한 새 시리즈는 ‘불시착한 UFO’처럼 느껴진다. 최첨단 기술로 치장한 민속촌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 2016년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딘가 예스럽다. 예전처럼 드라마 속 이상현상들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엑스파일’의 축은 음모론이었다. 외계인은 실재하고 여러 초자연현상도 진짜지만 그 모든 진실은 파일 속에 묻힌다는 의혹 그 자체에 사람들은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이 산뜻하고 명쾌했던 1990년대를 지나 진짜 음모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굳이 외계인을 끼워 넣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 위키리크스 사태나 스노든의 폭로에서 알 수 있듯 음모론 버금가는 현실을 맞닥뜨린 지 오래고, 누구나 음모를 꾸미고 퍼뜨릴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음모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창작물도 수없이 나왔다. 모든 것이 외계인과 정부 때문이라는 일차원적 설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시대에 다시 ‘엑스파일’이라니.

멀더, 거기 어디예요? 아직 1990년대에 있는 건 아니죠?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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