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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평범한 女히어로 ‘에이전트 카터’의 매력

입력 2015-12-16 03:00업데이트 2015-12-16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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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카터’의 임무 수행은 어디까지일까. 주인공 페기 카터는 캡틴 아메리카가 그린란드에 잠들어 있는 사이 대신 지구를 지킨다. ‘에이전트 카터’ 공식 트위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올해 할리우드의 트렌드 중 하나는 ‘강한 여성’이었다. 드라마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특히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히어로물에서 여성 캐릭터가 약진했다. 슈퍼맨의 사촌 누나가 주인공인 ‘슈퍼걸’, 모종의 사고로 엄청난 근력을 얻게 된 제시카 존스를 내세운 ‘제시카 존스’ 등이 모두 올해 첫 시즌을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내년 1월 시즌 2가 방영되는 ‘에이전트 카터’는 그 선배 격인 드라마라고 할 만하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년)를 본 팬이라면 주인공 페기 카터(헤일리 애트웰)가 익숙할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를 알아보고 성장시킨 인물이자,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기도 한 바로 그 카터 요원이다.

드라마는 ‘퍼스트 어벤져’와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년)의 사이, 캡틴 아메리카가 임무 수행 도중 사망한 뒤 홀로 남은 그의 다사다난한 요원 생활을 다루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 하워드와 카터를 돕는 비서 자비스(‘아이언맨’에 목소리로만 나오는 바로 그 자비스의 실제 모델이다) 등이다.

슈퍼걸이나 제시카 존스와 달리 카터는 별다른 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다. 물론 건장한 남자도 능숙하게 때려눕히는 능력의 소유자이긴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후가 배경인 만큼 여성 요원인 카터의 처지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캡틴 아메리카와의 관계를 아는 (남자) 요원들은 그를 놀려대기 일쑤고, 전화를 받거나 다른 (남자) 요원들의 서류 정리나 떠맡는 게 업무의 전부다.

하지만 카터는 그저 ‘캡틴 아메리카의 그녀’로 치부하기엔 그 누구보다 강한 인물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슈퍼히어로는 대부분 다음 세 종류로 분류된다. 아예 인간이 아니거나(슈퍼맨, 토르 등) 엄청난 능력을 얻었지만 그 부작용 혹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배트맨, 헐크 등), 인간 말종이거나(아이언맨). 이런 약해빠진(?) 히어로들과 달리 카터는 연인을 떠나보낸 상처를 지녔지만 의연하다. 공을 다 빼앗기고도 “난 내 가치를 알아”라고 말할 수 있는 자존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마블 코믹스에서 단역에 가까웠던 그의 비중이 마블 스튜디오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갑자기 커진 것은 바로 이런 매력 때문일 것이다.

현재 방영 중인 ‘슈퍼걸’이나 ‘제시카 존스’ 외에도 내년 개봉하는 DC코믹스의 ‘베트맨 대 슈퍼맨’에는 원더우먼이 등장하고, 2017년에는 아예 원더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개봉한다고 한다. 암, 평범한 인간 여자도 이 정도로 해내는데, 강인한 여성 히어로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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