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만화]<10>웹툰 ‘삐뚤빼뚤해도 괜찮아’ 연재 김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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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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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같은 선배 만화 보며 꿈 키워”

‘귀여운 나이스 진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 얼굴 전체를 공개하지 않는 만화가 김진 씨는 야구 모자로 머리를 가린 상태로 사진 촬영에 응했다. 지금까지는 가장 많이 드러낸 얼굴이라고 했다. 위는 김 씨가 자신을 묘사한 삽화.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귀여운 나이스 진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 얼굴 전체를 공개하지 않는 만화가 김진 씨는 야구 모자로 머리를 가린 상태로 사진 촬영에 응했다. 지금까지는 가장 많이 드러낸 얼굴이라고 했다. 위는 김 씨가 자신을 묘사한 삽화.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두 남녀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서로의 명함을 연방 바라본다. 남자의 이름은 김진, 기자다. 여자의 이름도 김진, 만화가다. ‘단발머리에 큰 눈, 만화 속 캐릭터와 똑같네.’ 기자의 생각. ‘이름과 성, 모두 나랑 똑같네. 신기하다.’ 만화가의 생각. 순간 동시에 터져 나온 질문. “한자는 뭐 쓰세요?”

엉뚱하고 발랄한 본인의 캐릭터로 생활 속 에피소드를 재치 있게 풀어낸 만화 ‘나이스 진 타임’과 ‘삐뚤빼뚤해도 괜찮아’의 만화가 김진 씨(31)를 만났다. ‘나이스 진 타임’은 1년 9개월의 연재 끝에 지난해 9월 막을 내렸고 ‘삐뚤빼뚤…’은 현재 연재 중이다.

결혼할 남자친구도 없지만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하는 서른 살 막내딸, 나이스 진. “가끔 자다 깰 때 무서워서 엄마랑 같이 자야 되기 때문에 결혼을 못 한다”는 딸과 “결혼하면 신랑이 있어서 안 무섭다”고 압박하는 엄마. 한참을 머리 굴려 생각한 딸의 핑계. “하지만… 신랑은 야근이랬어.”

솔직하다 못해 피식 웃음이 나는 이야기와 앙증맞은 캐릭터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팬 카페도 만들었다. 회원이 8000명을 넘었다.

웹툰 ‘삐뚤빼뚤…’은 만화가가 직접 미술선생님 자원봉사를 하며 겪은 이야기를 그렸다.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는 미술학원에 갈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도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만 시간을 내면 순수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고, 또 제 만화도 그릴 겸 봉사활동을 시작했죠.”

웹툰에서 김 씨의 라이벌은 같이 봉사활동을 하는 영어 선생님이다. “예쁘고, 젊고, 영어도 유창한 분이라 혼자 괜스레 샘이나 ‘분명 성격은 나쁠 거야’라며 못되게 그렸는데 항의하는 분이 많아서 무서웠어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을 하며 말을 이었다. “영어 선생님은 좋은 분이에요.”

‘삐뚤빼뚤…’은 분명한 메시지가 있는 웹툰이다. “자원봉사라고 하면 힘들고 어려운 일로 생각하시는데, 자신이 제일 잘하는 재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제 만화를 보고 자원봉사 하고 싶다고 묻는 분이 많아서 뿌듯했어요.”

그의 데뷔는 늦었다. 네이버의 ‘도전! 만화가’에 200회 넘게 연재한 끝에 2008년 12월 ‘나이스 진 타임’으로 데뷔했다. 6년간 광고 프로덕션에서 광고 화면을 미리 스케치하는 콘티라이터로 일하면서 만화가에 도전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주로 쪽지에 만화를 그려서 친구들에게 주곤 했어요. 저 말고 선배 만화가 김진 선생님의 만화를 보면서 꿈을 키웠어요.” 또 다른 만화가 김진 씨(51)는 ‘바람의 나라’ ‘바다로 간 새’ 등을 그렸다.

‘삐뚤빼뚤…’은 이달 중순 연재가 끝난다.

“다음 만화는 제가 ‘사소한 도전’을 하는 만화예요. 이를테면 해병대 캠프 도전기, 광고 촬영장 도전기 등등요. 결혼하고 나면 행동제약이 많을 것 같아서 사소하지만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려고요.”

생활 만화 외에 그리고 싶은 만화를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동작이 큰 학원 액션물을 그리고 싶어요. 지금 막연하게 구상해 놓은 것은 ‘여자 깡패 이야기’예요.”

그는 사진 촬영 때 얼굴을 모두 공개하는 것을 꺼린다. “실제 모습을 보이면 만화 속 캐릭터의 환상이 깨질 것 같아 얼굴 전체는 공개를 못 한다”고 했다. 그의 애칭은 ‘여신 만화가’. 그 대신 삽화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자 여신 같은 삽화를 보내왔다. 다소 과장된 부분을 빼곤 그와 거의 닮았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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