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이야기가 본격 진행되지 않은 연재 초반인데도 반응은 뜨겁다. ‘마이 러브’와 ‘까꿍’으로 국내 만화 시장에서 드물게 100만 부 이상의 단행본 판매를 기록했던 이 작가의 명성을 확인시켜준다.
하지만 그는 웹툰으로 무대를 옮겨 2007년 ‘무림수사대’, 2009년 ‘이스크라’를 내놓으면서 건재를 알렸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특유의 이야기와 그림 솜씨는 웹툰의 형식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글과 그림의 디테일은 컷마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무협 만화 ‘무림수사대’는 2010년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만화부문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 작가는 “‘무림수사대’ 연재를 시작하자 학습만화를 그리다 순수 창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벽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는 ‘그림 잘 그리네, 이 신인 작가 누구야’라는 말도 했다. 그래서 무엇이든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더 가졌다”고 말했다.

“작가가 가지는 가장 큰 욕망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출판 만화 시장이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고 작품을 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웹툰은 가장 격렬하게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이제는 소통에 대한 갈증이 도가 지나칠 정도로 해소됐습니다.(웃음)”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영화의 장면이 저절로 떠오른다. 만화계 일부에서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의 하위 콘텐츠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한발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결국 만화가들이 이야기의 원천 소스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괜찮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테니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 보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을 다 섭렵한 작가답게 만화 산업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그는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예전에는 원고료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단행본을 통해 어느 정도 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만화가들이 너무 가난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만화 속 정제된 대사를 보는 것처럼 매번 똑 떨어졌다. 인터뷰에서 빠질 수 없는 질문 하나. ‘이충호에게 만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예전에는 나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는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체 게바라 평전’을 읽으며 나도 만화를 통해 세상에 무엇인가를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나이를 먹으며 연륜도 쌓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바뀐 만큼, 이제는 내 만화가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은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