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이야기’ 20선]<11>놀이와 축제의 신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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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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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축제는 TV속에 있습니까

《“축제와 놀이와 신화는 바로 현재 우리들의 담론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과거와 역사에 긴 뿌리를 드리우고 있을 뿐이다. 축제를 통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것을 얻는 것일까. 축제는 모름지기 타자와의 소통이 가능해지는 장이어야 하겠고 정신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화해의 장이어야 할 것이다.”》

◇놀이와 축제의 신화성/표정옥 지음·서강대 출판부

놀이를 추구하며 사는 호모루덴스(Homo ludens)인 인간. 가상 게임 속 즐거움을 추구하다 현실 속 불행을 초래하고, 어린이들이 놀이의 즐거움 대신 과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오늘날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저자는 자녀들의 놀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애니메이션 속 놀이와 게임, 놀이동산에 투영된 신화적 상상력을 발견한 뒤 저자는 전 세계 축제의 탐구에 나섰다.

신화적 상상력은 놀이문화와 축제문화 어디나 존재한다. 어린이들은 전설 속 사슴 신의 이미지를 차용한 일본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를 보고, 신화 속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놀이공원의 ‘신밧드의 모험’과 ‘파라오의 분노’를 경험한다. 과거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요괴와 비현실적 존재가 즐거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비보이’와 ‘난타’는 도깨비 신화가 현대에 재현된 것으로 분석한다. 신명나는 춤사위와 대사 없이 진행되는 서사는 도깨비들의 축제고, 비보이는 기존의 발레와 같은 문화에 저항하는 민중의 정신을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모티브는 춘천 마임축제와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로 이어진다. 얼굴 없는 귀신이 등장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브라질의 카니발도 같은 맥락이다.

물 불 흙 등의 자연도 신화화돼 놀이와 축제가 된다. 함평 나비축제, 무주 반딧불축제는 꽃과 곤충의 상상력이 어우러지고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삶을 연결한다. 꿀벌 폐사 문제를 다룬 미국 애니메이션 ‘꿀벌 대소동’은 자연의 파괴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가상 세계에 드러낸다. 마을마다 수호신으로 존재하는 나무와 크리스마스트리는 신의 은총을 전달해주는 나무의 신성성을 보여준다. 영화 ‘에반 올마이티’와 ‘나는 전설이다’는 홍수 신화의 변형이다. 그 외 영웅, 사랑 등 신화 모티브를 딴 놀이와 축제를 보고 있노라면 그 다양함에 새삼 놀라움을 갖게 된다.

현대 놀이와 축제를 논할 때 미디어와 인터넷도 빠뜨릴 수 없다. 저자는 사람들이 인터넷 게임과 영화, 텔레비전 속 놀이에 빠져 일상에서 신화적 상상력과 원형적 사고를 잃어버렸을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현대 놀이의 또 다른 특징인 ‘대리 충족성’도 문제다. 현대인이 직접 놀이에 참여하기보다는 축구와 야구 등 남이 하는 스포츠를 관람하며 즐기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그룹 토크쇼를 보며 여가를 보낸다는 것이다. 문화 향유자가 되어야 할 사람들이 수동적인 놀이꾼이나 무기력한 게이머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끝으로 저자는 우리만의 ‘놀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 서양과 일본에서는 전통과 신화를 활용해 놀이의 세계를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의 놀이 연구는 늘 전통 그대로, 박물관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난타와 비보이처럼 우리 것에 뿌리를 두고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신밧드의 모험이란 테마를 갖고 와 ‘장보고의 모험’으로 재가공하고, 바리공주 이야기와 같은 전설들을 사용해 얼마든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풍성한 조사를 토대로, 저자는 한국적 축제가 현대인의 삶을 살찌우는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기대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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