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이야기’ 20선]<4>축제로 이어지는 한국과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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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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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의 신비의 바닷길은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그 자연현상 자체로 세계의 명승지로 꼽힐 만하다. 게다가 한국의 풍부한 문화유산의 결집지로서 진도만이 소유하고 있는 문화예술적 역량은 영등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그러나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연계관광이 미흡한 점 등이 그 다음 해의 축제에도 그대로 반복되는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유럽축제를 곁눈질 해보자
◇ 축제와 문화콘텐츠/유럽문화정보센터 엮음/연세대 출판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전국의 지역축제는 813개. 축제공화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모든 축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유럽문화정보센터는 한국의 축제와 이에 각각 상응하는 유럽의 축제를 비교해 책으로 엮었다. 다시 말해 한국과 유럽의 유사한 지역축제를 선별해 비교하고 우리나라 축제를 더 활성화하는 방향을 찾으려는 것이다. 축제의 종류에 따라 전통민속축제, 문화예술축제, 특산물축제로 나눠 한국과 유럽의 축제를 비교했다.

1년에 한 번 바닷물이 열리는 진도는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전통 영등제와 자연현상을 더해 1977년부터 영등축제를 개최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프로방스의 베네치아’를 내세운 프랑스 마르티그 시의 바다축제와 비교했다. 여름 내내 열리는 축제 기간엔 다른 배에 탄 상대를 장대로 떨어뜨리는 ‘장대 배싸움’과 바다를 소재로 한 조각전, 배 모형 전시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책은 축제의 기원과 성격, 행사 프로그램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마르티그 시의 바다축제와 비교했을 때 진도 영등축제는 ‘신비의 바닷길’이란 축제의 성격이 뚜렷하고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토속축제라는 점에 강점이 있다. 그러나 3일간의 행사가 다양하지 않고 유적지를 도는 순환버스가 없어 주변 지역까지 이익을 볼 수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축제의 경제적 성공으로 지역민들이 관광산업 쪽으로 전업하고 1년 내내 축제 준비에 몰두하는 프랑스와 달리 진도읍내 주민들이 축제의 경제적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들불놀이를 주제로 축제를 여는 독일 뤽데 시와 제주시의 축제 운영과 행사 조직의 차이도 비교했다. 뤽데 시의 축제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반면 제주 들불축제는 관청의 주도 아래 전통놀이를 의미 있게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전설·역사 속 인물을 주제로 한 축제로는 성모 필라르가 상징인 스페인 사라고사의 필라르 축제와 남원의 춘향제를 비교했다. 투우와 헌화식 등 매년 정형화된 틀을 보여주는 필라르 축제와 달리 춘향제는 여러 가지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행사 기간이 양력으로 바뀐 게 어린이날, 어버이날과 겹쳐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연극을 매개로 한 축제의 경우, 프랑스 아비뇽 연극 페스티벌과 과천 한마당 축제를 비교한다. 아비뇽 축제의 기원과 더불어 4주 동안 공연되는 연극과 공연장의 수, 축제의 재정, 관중의 직업 분포와 연령 분포에서 수입까지 상세하게 분석해 과천시가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산물 축제에서는 독일 뒤르크하임의 포도축제와 경주의 술과 떡잔치를 비교하기도 했다. 각 행사장의 배치도를 붙여 공간 활용을 어떻게 하는지 알아봤다.

엮은이들은 지역 축제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문화를 보존·창조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많은 축제가 소모적으로 운영되는 건 아닌지 우려했다. 말미에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지역 축제에 대한 개입 방안을 고민하고 또 긍정적 성과를 거둘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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