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에 관하여’ 20선]<결산>정의에 대한 안목 넓히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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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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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로부터 비롯된 서점가의 ‘정의(正義)’ 바람이 여전하다. ‘공정’ ‘윤리’ ‘도덕’ 등으로 주제를 넓혀가며 비슷한 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아직 정의가 부족한 한국 사회의 실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동서고금의 학자들은 ‘정의’에 대해 어떻게 정의(定義)하는지, 정의 구현을 위해 제시한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는 취지로 진행한 ‘2010 책 읽는 대한민국’의 다섯 번째 시리즈 ‘정의에 관하여 20선’이 5일 끝났다. “스크랩을 하면서 잘 읽고 있다”거나 “정의에 관해 이런 책도 있는데 한번 검토해보라”는 독자 반응에서 ‘정의’ 신드롬의 단면을 읽을 수 있었다.

시리즈는 정의에 관한 연구를 촉발시킨 학자로 평가 받는 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으로 시작했다. 이 책에서 그는 정의에 관한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사회 구성원 각자는 기본적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평등한 자유 원칙’과, 약자를 우대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불평등은 최소한도 내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이다.

30년 넘게 정의 연구에 매진한 황경식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자유주의는 진화하는가’에서 사회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고, 사회라는 복합체를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능력이나 실천적 의지가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에 정의에 대해 뚜렷한 정의(定義)를 내리는 게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의의 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부정의가 판치게 된다는 게 황 교수의 생각이다.

‘정의’의 문제를 다룰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가치 중 하나가 ‘평등’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불평등의 재검토’에서 평등의 개념을 재검토한다. 그는 한 공간에서의 평등이 다른 공간에서의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왜 평등인가’보다는 ‘무엇에 대한 평등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양에서도 정의는 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공자, 제자들에게 정치를 묻다’를 보면 공자는 정의에 관해 자주 거론했음을 알 수 있다. 공자는 군주와 신하의 상호 관계는 정의를 통해 이뤄지는데, 신하는 정의에 어긋난 군주의 잘못을 꾸짖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군주에게 종속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법과 소통의 정치’에는 율곡 이이의 정치철학이 잘 나타난다. 율곡에게 정치는 정(政)을 행함으로써 치(治)를 이룩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소통’이 핵심이었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의와 정의의 조건’에서 한국 사회의 정의를 논했다. 그는 ‘나만의 정의’가 아닌 ‘우리 모두의 정의’를 강조하면서 “극단의 정의가 극단의 손상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밖에 시리즈에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등 다양한 시대의 철학자들의 논의를 정리하면서 ‘정의’를 분석한 ‘정의에 관하여’ △법과 국가의 범주에서 정의를 설명한 ‘법, 정의, 국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윤리학의 오랜 논쟁을 살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윤리학’ 등을 소개했다.

16일부터는 ‘따뜻한 차 한잔에 어울리는 따뜻한 이야기’를 주제로 ‘2010 책 읽는 대한민국’ 여섯 번째 시리즈를 진행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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