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에 관하여’ 20선]<19>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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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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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곽준혁 지음/한길사

《“공적 영역에서의 핵심적인 이슈에 대한 대중의 여론은 시민들이 어떻게 교육받았고, 다른 사람의 견해와 선호를 어떻게 고려하도록 배웠는지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견해를 존중하고, 사회적 구분을 가로질러 타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민주적 교육이 전해줄 수 있는 핵심적인 교훈의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시민들의 정치참여 교육 방법은?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는 기획이 돋보이는 저작이다. 저자인 곽준혁 고려대 교수가 세계적 정치철학자들과 직접 만나고 e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 이 대화는 학자들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론가의 학문적 여정과 정치사상을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들과의 대화가 갖는 한국적 함의를 제시하는 데 주력한다.


석학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필립 페팃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교수는 공화주의 이론의 새로운 토대를 다진 학자로 알려져 있다. 다문화·탈민족 시대의 민족주의 이론가인 데이비드 밀러 영국 옥스퍼드대 너필드칼리지 교수, 급진적인 민주주의 이론가로 꼽히는 샹탈 무페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교수, 민주적 교육의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에이미 것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총장, 개인의 선택과 공공성의 발현이 동시에 충족되는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자유주의자로 잘 알려진 마사 너스바움 시카고대 석좌교수도 이 기획에 참여했다.

에이미 것만 펜실베이니아대 총장과의 대화를 주목할 만하다. 그는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시민의 정치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시민교육을 이론적으로 모색해온 학자다. 정치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냉소와 젊은 세대들의 무관심에 대해 비판만 난무할 뿐 대안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것만 총장의 주장은 의미 있다. “개인적 자유와 시민적 덕성 모두를 최대치로 갖게 만드는 교육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분별 있는 시민들은 이 둘 모두를 중요하게 여기며, 경우에 따라서는 두 가지 모두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거짓되고 사회적으로 유해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기를 원합니다. 이렇듯 개인의 자유와 시민적 덕성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긴장은 철학적이면서 동시에 정치적인 도전을 야기합니다.” 따라서 그는 “시민들에게 민주주의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삶의 방식과 정치 참여의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조망하고 대안을 제시한 저자의 분석도 흥미롭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 사회의 갈등의 지점들은 중층적이고 복잡하다. 신자유주의의 거센 물결 앞에서 시민들은 무기력한 개인으로 전락했고,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고 무능력하다고 낙인찍혔으며, 집단주의는 여전히 집단적 안도와 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 남아있어 우려와 반성도 계속 제기된다.

저자는 특히 ‘비지배적 상호성’이라는 원칙을 내세운다. 비지배적 상호성은 타인의 자의적 의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는 ‘비지배 자유’가 하나의 축이 된다. 갈등상태에서 쌍방은 비지배 자유라는 조건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할 수 없으며 상호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상호성이 또 하나의 축이 된다. 이 상호성은 것만 총장이 토론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것이 “비지배적 상호성에 기초한 시민교육이 개개인이 가지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유에 주목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 힘을 부여함으로써 비지배를 제도적으로 확보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개인적 수준에서의 호혜적 비지배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가능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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