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에 어울리는 따뜻한 이야기’]<5>나는 100살,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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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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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100살,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엠마누엘 수녀 지음/마음산책

《“나는 평화롭습니다. 지루해하지 않고 평화로이 죽음을 기다립니다. 나는 사랑에 빠진 여자입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은 것에 만족하지요. 물론 아쉬움과 고통도 있었지요. 세상의 모든 비극이 그것입니다. 타인에게 낙관적 생각과 의지와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서 살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함께해야 합니다. 공유와 연대가 없으면 인류를 나아가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악착스레 매달려야 합니다.”》

가난과 궁핍을 혼동하지 마세요

100년을 살았다. 벨기에의 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6세 때 아버지가 자신의 눈앞에서 익사사고로 죽는 고통을 겪었다. 스무 살 때 수녀가 되기로 결심한 뒤 터키 튀니지 이집트 등에서 수녀교사로 일했다. 예순 두 살, 수녀 직을 은퇴한 뒤에는 이집트 카이로의 빈민촌에 정착해 자신이 가장 원하던 일,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이 책은 그가 2008년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한 세기를 살며 쌓아온 삶의 경험과 교훈을 담은 인터뷰집이다. 종교적 내용이 다소 많지만 이웃과 가난, 사랑에 대한 저자의 통찰은 모든 사람의 가슴을 울릴 만한 잠언으로 빛난다.

“‘사랑이면 충분합니다.’ 이 말이 나의 모든 신념을 요약해줍니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과 단순한 공감, 혹은 연민이나 일시적 충동을 구분한다. 오히려 “타인을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 오래 지속되는 사랑은 ‘자기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랑’이다. “우리가 타인을 향해 가려고 종종 우리 자신을 가두는 고리를 깨뜨릴 때, 인생은 흥미진진해집니다. 그러면 삶은 경이로운 모험이 됩니다.”

‘성녀’라는 표현까지 듣는 저자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엔 가난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유행하는 모자를 갖기 위해 고집을 피우고 남자들과 춤추러 다니는 것을 즐기며 10대 시절을 보냈다. “(수녀원에 처음 들어갔을) 당시에 나는 수녀복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꼴이 우스꽝스러운 데다가 거친 천 때문에 가렵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적 믿음과 타인을 향한 사랑을 끊임없이 실천하고 살아오며 저자는 긍정으로 충만한 ‘가난론’을 펼치게 된다.

특히 저자는 “가난과 궁핍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궁핍한 이들은 정신과 물질을 포함해 모든 것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가난은 다르다. 오히려 저자는 “가난하다는 것은 다행히도 혹은 불행히도 겸손한 것이다… 가난은 피상적인 것에서 해방시켜 준다. 믿음을 갖고 복종하는 것은 불필요한 숙고로부터 해방시켜 준다”고 말한다.

저자가 활동한 지역은 대부분 이슬람교도가 많은 곳이다. 그만큼 저자는 종교 간 화합을 강조한다. 화합의 기반은 바로 궁핍을 제거하는 것이다. “궁핍은 슬프고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위험해요. …모든 것을 잃고 끔찍한 장면을 본 아이는 갈팡질팡하고 조종당하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민중입니다. 모든 민중이 그렇듯 가난한 민중도 생존을 위해 언젠가 걷기 시작합니다. 그 걸음은 낙원과 돈과 나은 삶을 약속하는 사람들에 의해 통치되고 지휘됩니다. 그러면 비극은 지평선에 있지요.”

저자는 젊은이, 여성, 어린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그가 계속 강조하는 것은 바로 타인과 함께하는 행복이다. “하느님은 행복하라고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아무런 고통도 희생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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