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20선]<7>재미있는 바다 생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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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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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하다 뒤에 삿갓 쓴 사람이 …
◇재미있는 바다 생물 이야기/박수현 지음/추수밭

《“2000년 봄, 부산 서구 송도 해역에 산호가 서식하는지의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시작된 논쟁이 환경단체와 행정기관으로 확산되면서 부산시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언론사들도 산호의 서식 여부를 경쟁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송도해수욕장 인근 암남공원 수중 직벽에 상당한 면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빨간부채꼴산호 군락지를 보도하면서 그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바 있습니다.”》
현직 사진기자이며 수중 촬영 전문가인 저자가 바닷속에서 만난 생물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바다에는 흔히 떠올리는 오징어 멸치 미역 외에 갯강구 군부 해면 나폴레옹피시 쏠종개 등 생소한 이름의 생물이 가득하다. 저자는 각각의 생물들을 카메라에 담고 특징을 설명했다.

책은 바다 생물들을 둘러보기에 앞서 바다를 살펴본다. 1부에서 스쿠버다이빙과 잠수 등 바다에 들어가기 위한 그간의 노력과 바다의 크기 지진해일(쓰나미), 적조, 백화현상 등 바다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를 한 후 본격적인 생물 소개로 넘어간다. 2부에서는 물고기를 제외한 바다 생물들을 먼저 소개한다. 각 부의 첫머리에는 소개하려고 하는 종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곁들인다. 3부에서는 물고기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개가 이어진다.

각 생물들은 ‘죽음이 억울한 불가사리’ ‘식물인 줄 알았던 산호’ ‘붉은 피가 흐르는 꼬막’ 등 특징을 뽑아 제목으로 배치하고 관련 설명을 본문에 풀었다. 예를 들면 ‘바다의 해적’ ‘천적이 없는 포식자’란 수식어로 소개되며 백해무익한 것으로 인식되는 불가사리도 실은 몇몇 종을 제외하면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아준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실제 해악을 끼치는 불가사리가 어떤 종인지, 어떤 환경에서 서식하고 어떻게 전 세계에 퍼졌는지도 함께 서술했다.

저자는 책 곳곳에 경험담을 적어 지루함을 줄였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더니 커다란 삿갓을 쓴 사람이 흐느적흐느적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닙니까?’라며 해파리를 물속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을 적었다. 팔라우 군도에서 한 무리의 나비고기 떼를 만났을 때는 이렇게 회고했다.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나풀거리는 무리 속으로 들어가 함께 춤추고 싶은데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의 접근이 못마땅한지 평화스럽던 군무가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

이 같은 저자의 경험담은 딱딱한 느낌을 주는 여느 전문가의 설명과 달리 바닷속 생물들에게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저자가 가장 애착을 가진 취재는 ‘연어의 여행’. 이역만리 타향을 떠돌다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와 분신을 남기고 생을 마감하는 연어의 일생을 알기 위해 2001년부터 3년간 연어의 포획과 수정 부화 방류 회귀의 순환과정을 취재했다. 이를 위해 새벽에 경북 울진으로 달려가 막 알을 깨고 나오는 새끼 연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수고도 감수해야 했지만 “가슴 벅찬 감동으로 남아 있다”고 소회한다. 방대한 양의 바다 생물을 소개하면서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끔 저자가 신경을 쓴 부분은 이미지다. 매 장을 넘길 때마다 생물 사진과 어시장 등 관련 사진, 물고기의 이동 경로를 그린 지도 등이 눈을 심심하지 않게 한다. 저자는 휴일과 휴가를 고스란히 바다 촬영과 자료 수집에 바쳤다고 회고하면서 “늘 큰 가슴으로 포용해준 바다는 영원한 나의 스승이며 동경의 대상”이라고 예찬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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