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세계인의 술로]<시리즈 끝>현장 목소리로 돌아본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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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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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대세” 외친 한해… 이젠 ‘우리술’ 붐으로

2010년은 ‘막걸리 열풍’으로 행복했던 한 해였다. 국내 판매량은 물론 해외 수출도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전국 곳곳에서는 막걸리 잔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올 한 해 막걸리 시장의 변화를 동아일보가 연중 시리즈로 게재한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에 등장했던 기업과 인물들을 통해 되돌아봤다.

○ 업계 매출, 눈부신 성장

시리즈 첫 회에 소개됐던 ‘참살이 탁주’는 올해 큰 변화를 겪었다. 수년 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을 이끌어왔던 강환구 대표에게 오리온이 기업 인수를 제의한 것. 이에 따라 오리온과 참살이 탁주는 손을 잡고 ‘참살이L&F’(공동대표 강환구 유정훈)라는 새로운 법인을 출범시켰다. 연구, 생산은 강 대표가 계속해서 맡고 영화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유 대표가 마케팅을 맡고 있다.

생산 설비도 크게 늘었다. 8월 생산 설비 증설을 완료해 하루 생산량이 1만5000병에서 3만 병으로 2배가 됐다. 매출도 지난해의 5배가 됐다. 참살이L&F 측은 “기능을 개선한 신제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해외 수출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강진의 ‘병영주조장’ 김견식 대표는 “40년 넘게 술을 빚어 왔지만 올해처럼 바빴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 “바빠도 좋으니 계속 막걸리를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병영주조장의 ‘설설동동주’는 ‘월드컵 16강 막걸리’에 포함되면서 강진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 대표는 “우리 쌀로 전환한 것이 맛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꼭 우리 업체의 술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특징을 갖춘 지역 막걸리를 더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내 막걸리 생산량은 29만5200kL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만2598kL보다 45%가량 늘었다.

생산 제품의 95% 이상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강원 철원군의 막걸리 업체 ‘초가’도 올 한 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창규 관리이사는 “일본 수출이 압도적으로 많아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았는데 동아일보의 막걸리 시리즈와 그로 인한 막걸리 붐으로 올해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초가의 일본 수출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의 막걸리 수출은 1740만 달러로 지난해 전체(627만 달러)의 2배를 넘어섰다.

업체들의 노력으로 막걸리 고급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아직까지도 소비자들은 고급화된 막걸리에 익숙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창규 이사는 “막걸리를 고급 유리병에 담았고, 철원 지역에서 생산된 햅쌀만 이용하면서 가격이 비싸졌는데 ‘막걸리는 싼 술’이라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깨기에는 시간이 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 우리 쌀 사용하는 업체 크게 늘어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직접 빚어 보려는 사람도 늘어났다. 배상면주가의 전통술 갤러리 산사원 김한승 업무팀장은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뒤 가양주(집에서 직접 담그는 술) 교실을 예약하는 고객이 많아졌고 주말 가족단위 방문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막걸리 업체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막걸리 붐의 성과 중 하나는 우리 쌀을 사용하는 업체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라며 “내년에는 술 인증제로 고급화를 꾀하고, 생산자단체와 협의해 중소 막걸리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마케팅, 세제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김완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막걸리의 질적 개선,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을 ‘우리 술’ 전반으로 확대시키는 데는 다소 미흡했다”며 “이제는 막걸리 붐을 우리 술 붐으로 이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 술이 성공하면 농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비싼 외국 술 수입도 줄어들게 된다”며 “2011년에는 막걸리뿐만 아니라 우리 술 전반을 살리는 정부 정책, 여론 형성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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