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새내기 철학입문서’ 20선]<12>동양철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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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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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철학에세이/김교빈, 이현구 지음·동녘

《“철학은 현실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현실을 인식하고 그 토대 위에서 어떻게 살 것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문제 삼는 것은 동양철학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철학을 공부하고, 철학 공부를 통하여 우리의 정신을 단련합니다.”》

왕조와 흥망 함께한 中철학사조

동양철학의 토대를 쌓은 공자나 노자, 맹자 등 사상가들은 모두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했다. 550년 동안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지는 혼란기에 동양철학이 탄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동양철학이 치열한 현실인식 위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천 년이 지나 현대 한국에서 동양철학은 낡은 것, 혹은 신비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저자들은 춘추전국 당시 사상가들의 생각을 알기 쉽게 풀이해 독자들이 현재에 맞는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동양철학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다. 공자 노자 묵자 장자 맹자 순자 등을 고루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묵자를 “피지배 민중과 약소국 편에 섰던 사상가”라고 설명한다. 특히 이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결사(結社)를 만들고, 전쟁 방어 기구를 만들어 약소국들에 공급했던 실천가이기도 하다.

묵자의 핵심적 사상은 겸애와 교리였다. 겸애는 서로 사랑하자는 뜻으로 정치적 평등을 말한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세상을 무차별적인 사랑으로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교리는 서로 이익을 나누어 갖자는 의미로 경제적 평등을 뜻한다.

한때 유교에 맞먹는 세력을 형성했던 묵자의 추종세력은 한나라가 들어서면서 몰락한다. 한나라가 유교를 지배 이념으로 채택하면서 묵자는 지배층의 외면을 받는다. 하지만 저자들은 묵자의 사상은 현대 사회주의처럼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혁명적 사상을 내세웠지만 교리 자체가 계층 간 다툼이나 전쟁을 부정한다는 모순도 있었다.

순자도 시대의 흐름에 파묻힌 사상가다. 저자들은 순자를 그리스신화의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한다. 불을 가져다 줘 인류 문화를 일으켰던 프로메테우스처럼 순자도 인간과 하늘의 관계를 끊고 인간의 화와 복은 오직 인간에게 달려 있다고 한 ‘인본주의자’였다는 것이다.

순자는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사유를 바탕으로 유교의 전통적인 인간관인 성악설을 부정했다. 인간이 본능적인 욕구대로 움직이면 결과는 악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이 때문에 이후 유교 사상사에서 잊혀진 인물이 됐다. 그의 사상을 흡수한 것은 오히려 한비자, 이사 등 법가 사상가였다.

순자가 활동하던 시대는 주나라가 몰락한 전국시대 말기였다. 이 시기는 옛 귀족과 신흥 지주 세력이 대립하던 시기다. 순자는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악한 본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봤고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예치(禮治)’를 들었다. 두 세력의 대결에서 봉건 통치의 부활을 꿈꾸던 옛 귀족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책은 이처럼 당대 사상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모두 이야기한다. 이렇게 할 때 현대에 동양철학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장 사상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개인의 문제로 돌릴 위험이 있다. 유교도 개인의 도덕적 반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봉건 도덕 전체를 미화할 가능성이 있다. 저자들은 “동양철학은 전근대적 사회를 토대로 한 사유”라며 그 역사와 시대상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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