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새로운 미래를 위하여]⑪한일 지식인 100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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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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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한일 지식인 100인이 말하는 미래 100년

《동아일보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한일 지식인 100명에게 ‘미래 100년’을 가다듬기 위한 제언을 듣기 위해 설문조사를 최근 실시했다. 설문에 응답한 지식인들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공동기구의 설치, 공동 역사 교육 등 다양한 제언을 해왔다. 아라이 신이치 이바라키대 명예교수와 장인성 서울대 교수는 한일 양국에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질문에 긴 칼럼을 보내왔다. 조사는 e메일과 팩스, 면접설문을 병행했으며 동북아역사재단과 ‘강제병합100년 공동행동 한국실행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8월 16∼31일 진행됐다. 일본 응답자 중 15명은 신변상의 위험 등의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

한국과 일본 지식인 100명 중 70명은 지난달 10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발표한 담화에 대해 미흡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 총리는 담화 중에서 “역사의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이를 인정하는 겸허함을 갖고 스스로의 과오를 되돌아보는 것에 솔직하게 임하고자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했다는 평을 듣고 있으나 지식인들은 응답은 ‘미흡하다’가 대부분이었다.

미흡하다고 느끼는 정도는 한국 측보다 일본 측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일본 지식인 중 절반 정도는 ‘많이 미흡하다’(48%)고 응답했다. 이어 ‘약간 미흡하다’(26%) ‘조금 만족한다’(24%) 순이었다. 한국 측은 간 총리 담화에 대해 일본 측보다 강도가 낮은 ‘약간 미흡하다’(36%)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조금 만족한다’(32%) ‘많이 미흡하다’(30%) 순으로 나왔다.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일본 측의 무샤코지 긴히데(武者小路公秀) 오사카경제법과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은 “절대적으로는 만족한다고 할 순 없지만 일본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담화 발표 자체가 어려운 일임을 고려하면 이 결과가 최선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흡하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총리 담화에서 무엇이 문제였느냐”는 질문을 다시 던졌다. 70명의 응답자 중 37명(52.9%)이 ‘역사 문제 해결에 대한 전반적인 의지가 부족하다’고 답했고 18명(25.7%)은 ‘사죄에 따른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한국 측 3명(9.1%)은 ‘화해를 위한 미래 계획 및 비전이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한국 측의 다른 의견으로는 ‘강제병합이 원천 무효고 식민통치가 불법이라는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김영호 유한대 총장), ‘1995년 무라야마 담화 이후의 기조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김창록 경북대 교수) 등이었다. 일본 측 기타 의견으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사죄와 국교정상화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야마다 쇼지·山田昭次 릿쿄대 명예교수)는 견해가 나왔다.

또 간 총리는 담화에서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하여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에 대해 이른 시일에 이를 인도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약탈 문화재 일부를 돌려준 뒤 공식적으로 문화재 반환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화재 인도 발언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을 던졌다. 65%(일본 35명, 한국 30명)가 ‘문화재 반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일본 측에서는 ‘한국인에게 결례가 될 수 있는 제안이다’는 의견(24%)이 많았고, 한국 측에서는 ‘100년 담화의 격에 맞지 않는 사소한 제안이다’는 의견(18%)이 많이 나왔다. 이 문항에서 한국 지식인들은 별도의 의견을 달기도 했다. ‘문화재가 돌아온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반환’이 아닌 ‘인도’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한영혜 서울대 교수)는 의견과 ‘문화재 반환이 의궤에서 그쳐선 안 된다’(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의견이 나왔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韓 78% - 日 50% “日 진정성 부족이 최대 걸림돌” ▼
■ 양국관계 개선하려면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들은 지금까지 한일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일본 정부의 진정성 부족’을 꼽았다. 양국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한국인이 납득할 만한 일본의 사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국 지식인의 64%는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일본 정부의 진정성 부족이 문제라고 답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 국민의 무관심’(20%), ‘일본 정부의 배상·보상 등 후속 조처의 부족’(6%)에 대한 지적도 뒤를 이었다.

한국 측은 78%가 일본의 진정성 부족을 지적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 국민의 무관심’(10%), ‘일본 정부의 배상·보상 등 후속 조치의 부족’(4%)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다른 의견으로는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일병합이 강제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것’,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는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양국 관계 개선의 장애물이라고 답했다.

일본 측은 ‘진정성 부족’(50%)에 이어 ‘과거사에 대한 일본 국민의 무관심’(30%)이 문제라고 답했다. 일본 국민의 무관심에 대한 일본 측 지식인들의 지적이 한국 측보다 높았다. 일본 측은 양국 관계의 장애물로 10%가 ‘일본 고위층의 망언’을 꼽았으나 한국 측은 0%였다. 한국 측이 낮은 이유는 하나만 응답하게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한일 양국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한국인이 납득할 만한 일본의 사죄’(43%)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다음으로 ‘미래 세대에 대한 과거사 교육’(23%)과 ‘역사인식을 일치시키기 위한 공동 연구’(15%)라고 답했다.

이 물음에서도 양측 간의 응답에는 차이를 보였다. 일본 측 응답자는 ‘한국인이 납득할 만한 일본의 사죄’를 꼽은 비율이 54%로 한국(32%)보다 높았다. 일본 지식인들이 일본 정부의 사죄 문제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일본이 식민지 침략의 죄를 인정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보상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고,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10년 조약의 원천무효와 식민지지배의 불법성 인정,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과거청산이 전제돼야 한다”는 별도 의견을 제시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설문 참가 韓日 지식인 100인 명단 (가나다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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