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여는 젊은 국악인들]<1>남성 7인조 그룹 ‘불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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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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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전통국악에 기타로 양념 살짝 쳤어요”

《국악은 ‘우리의 것, 그렇지만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어떤 것’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토양과 심성에서 우러난 보석과 같은 가락과 장단을 뚜렷한 이유 없이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전통 국악 장르에 다양한 시도를 더해 선인들의 가락과 새 세대를 연결하는 젊은 국악인(그룹)들을 소개합니다.》

모두 한예종 전통예술원 출신
악기별 ‘청일점’ 모여 의기투합
佛-英 공연이어 연극음악 도전

‘전통음악 안에서의 퓨전’을 지향하는 ‘불세출’ 멤버들. 왼쪽부터 전우석 박제헌 김용하 이준 박계전 김진욱 최덕렬 씨. 사진 제공 김동하 씨
‘전통음악 안에서의 퓨전’을 지향하는 ‘불세출’ 멤버들. 왼쪽부터 전우석 박제헌 김용하 이준 박계전 김진욱 최덕렬 씨. 사진 제공 김동하 씨

불세출(不世出). ‘좀처럼 세상에 나타나지 아니할 만큼 뛰어남’이란 뜻이니 사뭇 야심 찬 이름이다. 남자만 일곱 명.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천차만별 콘서트’에서 개막 무대를 장식한 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 격인 실황음반 제작 특전을 얻으며 국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젊은 국악 실내악단이다. 그런데 왜 남자뿐일까.

“국악계에서도 거문고나 해금, 특히 가야금을 전공하는 남자는 드물어요. 씁쓸한 일이죠. 그런데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 입학해 보니 신입생 중 이 세 악기를 하는 남자가 딱 한 명씩 있더라고요. 어느새 의기투합했고, 2학년 때 같은 학교 동기생과 선후배들을 끌어들여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죠.”

팀에서 해금을 연주하는 김용하 씨의 설명. 2006년 3월에는 학교 내 공연장을 빌려 창단 공연을 했다. 창단 1년 반 만인 이듬해 9월에는 문화부와 국악방송이 국악창작곡 개발을 위해 주최하는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대상 바로 아래인 ‘아리랑상’을 받았다. 전통에 견고하게 뿌리박은 이들의 스타일이 무엇보다 주목을 끌었다.

“오늘날 수많은 국악앙상블이 ‘퓨전국악’을 표방하죠. 그런데 실제 내용은 ‘국악기를 사용한 대중음악 밴드’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오늘날의 퓨전이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국악의 진수를 드러내보자’는 생각에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가야금 이준, 거문고 전우석, 대금 김진욱, 피리 박계전, 해금 김용하, 아쟁 박제헌, 작곡과 기타에 최덕렬 씨. 이들이 엮어내는 가락에서는 흔한 퓨전국악의 달달한 양념 맛 대신 담박하면서도 목을 턱 걸치고 넘어가는 국악 본래의 구수함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의 음악을 새롭게 할까. ‘천차만별 콘서트’ 프로듀서인 국악평론가 윤중강 씨는 “불세출의 퓨전은 음악적 외국어를 섞지 않은, 전통음악 안에서의 퓨전”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남도음악 서도음악 경기음악을 융합해 ‘삼도(三道)풍류’를 만들어내는 식이 바로 불세출의 음악입니다. 전통음악의 내재적 논리에 충실하면서 거기에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는 거죠. 이런 점이 무엇보다 이들의 가장 ‘불세출’한 점입니다.”

음향 면에서도 전통에 붙박여 꼼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양악기인 기타가 끼어들어 전통음악에 없는 ‘화음’을 채운다. 그렇지만 튀지 않고 국악기 소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김용하 씨는 “작곡을 전공한 최덕렬 씨를 끌어들였는데 최 씨가 기타도 연주하기에 자연스럽게 기타가 섞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기타는 우리가 ‘최소한으로 현대와 만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노팅엄에서 공연해 처음 유럽무대에 진출한 이들은 올해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극단 ‘동’이 21일부터 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막심 고리키 원작 연극 ‘비밀경찰’의 음악을 맡은 것. 러시아 원작에 국악앙상블이라니….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했다. 그러나 강량원 연출이 한국의 꼭두각시극 요소를 접목해 각색한 극본을 보고 ‘이거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의 계획요? 대중성을 의식하지 않고 공부하면서 시작한 앙상블이니 당분간은 레퍼토리를 보강하고 늘리는 데 주력하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부족한 저희를 예쁘게 보아주시는 분이 늘어나겠지요. 소망이 있다면 유럽에서 대했던 청중처럼 ‘세상의 모든 소리’에 마음을 열어둔 청중이 우리나라에도 많아졌으면 하는 겁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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