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20선]<13>초록색 자전거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초록색 자전거/스탠리 클레인·킴 스키브 편집/청림출판

《“부모라면 자기 자녀가 처음으로 장애 진단을 받은 그날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가 아무리 친절하고 따뜻하게 마음으로 격려를 보내고 요긴한 정보를 주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홀로 버려진 듯한, 형언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회상한다.”》

장애아 부모들이 들려주는 희망의 노래

이 책은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63명의 부모가 이제 막 자녀의 장애를 알게 된 부모를 위해 건네는 삶의 이야기다. 먼저 경험한 슬픔과 그 슬픔을 딛고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로 변해 가는 과정, 새롭게 깨달은 지혜를 담담하게 전한다.

편집자는 부모들이 자녀의 장애를 알게 되는 심경을 이렇게 전한다.

“마치 자녀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엄청난 비탄과 통곡의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이때만큼 부모에게 격려가 필요한 때는 없다. 그러나 많은 부모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손을 내미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었던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전환점을 맞는다.”

날 때부터 왼쪽 팔이 없는 엠마를 키우는 멜리사는 사려 깊은 의사의 조언에 큰 힘을 얻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놀림을 당하지 않을지,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멜리사 부부에게 소아과 의사는 “이 아이가 할 수 없는 유일한 일이 있다면 그건 왼손에 결혼반지를 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멜리사는 장애를 가진 자녀가 자라면서 겪어야 할 장애물들을 모르는 척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장애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보이는 장애와 보이지 않는 장애라는 것.

뇌 기형으로 지체와 인지 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는 수잔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터넷 친구들의 도움을 얘기한다. 그는 인터넷에서 딸의 장애와 관련한 자료를 찾다가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다른 아이들의 부모와 연결돼 큰 위안을 받고 도움도 받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큼 그에게 큰 위안은 없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쉴라의 엄마 낸시는 부모가 장애를 가진 아이와 어떻게 연대감을 형성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와 하나라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나가 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는 젖을 먹이고 말을 걸면서 아이와 함께 있기 위해 노력하되, 아이가 태어난 뒤 처음 며칠간 소홀히 했다고 해서 아이와의 연대감이 영원히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책의 제목 ‘초록색 자전거’는 다운증후군인 스콧을 키우는 샐리의 이야기다. 샐리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의 특징이 고집이라고 말한다. 스콧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반드시 다른 색이 아닌 초록색 자전거를 받아야 한다고 우긴다. 그는 아들의 이런 완고함이 사랑스러우면서도 견디기 힘들지만 하나의 자산이라고 여긴다.

이 책에 나오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당신의 어려움은 지극히 당연하다. 우리 역시 그런 날을 살아봤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남았고 지금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당신도 그럴 수 있다. 지름길은 없지만 이겨낼 방법은 있다. 슬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슬픔은 곧 치유될 것이다. 당신은 다시 행복해질 것이며, 새로운 꿈을 꿀 것이다.”

원제 ‘You Will Dream New Dreams’.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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