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20선]<7>히말라야 도서관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히말라야 도서관/존 우드 지음/세종서적

《“달라이 라마는 우리가 비울 때 실제로 행복을 돌려받는다고 말했다. 바훈단다(네팔의 고산마을)를 방문하고서야 나는 이런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는 적당한 도서관조차 없는 500명의 아이들을 목격했다.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아니면 직장으로 돌아가는 순간 이 학교를 잊을까? 과거에는 언제나 ‘더욱 많이 베풀면서 살 것’을 맹세했다. 하지만 늘 바쁘다는 변명만을 늘어놓았다. 이번에는 핑계대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오지의 동심에 희망을 선물하다

시작은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1998년 저자는 탄탄대로를 달리는 회사 중역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케팅 이사로 호주에서 성공을 거둔 뒤 중국까지 진출한 그는 거칠 게 없었다. 당시 히말라야로 향했던 건 오랜만의 휴가에 트레킹을 즐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한 숙소에서 마주친 네팔 교육재정담당관 ‘디네슈’가 저자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흥미 삼아 따라나섰다 보게 된 아이들의 현실은 충격 이상이었다. 좁디좁은 교실에서 70명이 넘는 학생이 미어터지는 광경. 책상은커녕 교과서도 부족했다. 도서관은 더했다. 겨우 수십 권이 든 캐비닛. 그것도 잃어버릴까 자물쇠로 잠가뒀다. 그마저 등산객이 놓고 간 성인소설 따위뿐인. 그의 손을 잡은 교장은 말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주세요.”

저자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휴가에서 돌아오던 길, 지인들에게 책과 성금을 부탁하는 e메일을 보냈다. 결과는 놀라웠다. 차고가 차고 넘칠 3000여 권의 책이 도착했다. 이듬해 이를 가지고 네팔로 향한 두 번째 여행. 세계적 자선재단 ‘룸 투 리드(Room to Read)’는 이렇게 시작했다.

룸 투 리드 재단은 1999년 네팔을 시작으로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 책을 보내온 자선단체. 2004년 동남아시아에 지진해일(쓰나미)이 휩쓸고 지나갔을 때도 ‘내일을 위한 희망’을 얘기하며 책과 도서관 기금을 전달했다. 이 모든 게 부와 명예를 보장하던 위치를 박차고 나온 저자의 ‘순간적 깨달음’에서 비롯됐다.

“친구 마이크는 내가 원했던 최고의 충고를 했다. ‘일회용 반창고를 제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지. 천천히 고통스럽게, 또는 빠르고 고통스럽게. 너의 선택이야.’ 그가 옳았다. 그만 생각하고 움직일 시간이었다. 나는 이제까지 힘들다고 외치면서도 야근을 하며 숫자를 바라보고, 잡지에 가끔 글을 싣는 싱글 남성이었다. 이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았다. 지금이 그때였다.”

그는 움직이고 실행했다. “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회사를 관두고 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심지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 친구와도 이별했다. 그리고 맨몸으로 시민단체와 기업을 찾아다녔다. MS 시절 배운 기업경영방식을 적용해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한 공격적인 자세. 룸 투 리드는 겨우 10년 사이에 3000여 개의 도서관과 200여 개의 학교를 세웠으며 150만여 권의 책을 기증하는 재단으로 성장했다.

이 책은 읽는 이를 ‘세 번’ 놀라게 만든다. 첫째, 저자는 타인의 미래를 위해 살면서 너무 담담하다. 마치 원래 그런 거라는 듯. 둘째, 언제나 그의 눈은 높은 곳을 향해 있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쳐도 내일의 희망으로 타개한다. 마지막, 저자는 ‘자선’이란 의식이 없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돈보다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기품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게 보여준 친절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행복을 나누는 건 그 행복이 더욱 커져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걸 몸으로 아는 이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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