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재발견 30선]<29>스시 이코노미

  • 입력 2008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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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 이코노미/사샤 아이센버그 지음/해냄

《“스시는 (19세기 중반) 에도(江戶)시대에 도쿄의 길거리표 간식으로 출발했는데, 햄버거 튀김 셰이크 같은 음식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패스트푸드라는 말이 사용되기 전부터 1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때부터 본고장의 식품기업들이 일본인의 생활양식과 입맛의 변화에 부응하게 되면서 스시는 변하기 시작했다. 한때 최고의 스시 재료로 쳤던 청새치 대신 참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등 많은 변화를 거친 것이다.”》

스시는 변한다, 시대따라 나라따라

에도시대 손으로 쥐어 뭉친 초밥에 생선살 등을 얹어 먹는 음식이었던 스시는 오늘날 일본인뿐 아니라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이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음식문화로 유명한 중국에서도 스시를 파는 음식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책은 스시의 최상품 재료인 참치의 무역거래와 스시가 미국에서 전파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스시의 세계화를 탐방한 기록이다.

신선한 참치의 국가 간 무역거래의 물꼬를 튼 사람은 일본항공(JAL)의 신입사원 오카자키 아키라였다. 화물사업 담당이었던 그는 비행기로 실어 나를 돈 되는 화물을 찾다가 도쿄 최대의 어시장 쓰키지에서 참치에 눈이 꽂혔다.

참치는 1960년대 후반 이후 스시의 확산과 더불어 최상급 스시 재료로 각광받았지만, 현지 공급은 달렸고 가격은 치솟고 있었다. 오카자키는 우여곡절 끝에 1972년 여름 대서양산 참다랑어를 냉장보관 상태로 뉴욕에서 도쿄까지 일본항공을 통해 실어 오는 데 성공했다.

‘비행기 참치 무역’이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대서양 참다랑어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1970, 80년대 대서양 북부인 미국 뉴잉글랜드 글로스터 항구에는 참치로 한몫을 잡으려는 어부들이 몰려들었다.

1990년대 초, 호주의 작은 마을 포트링컨의 어부들은 정부의 어획량 제한에 고심하다 참치양식을 시작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이후 참치 양식은 세계적인 산업이 됐다.

스시가 미국 시장에 확산된 것은 20세기 중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일본 거리인 ‘리틀 도쿄’에서 비롯됐다. 리틀 도쿄의 일식당에는 일본인 이민자의 후손들과 일본 비즈니스맨들, 건강에 관심 많은 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1960년대 중반 일본의 식품기업 ‘도쿄 가이칸’이 리틀 도쿄에서 왕게 다리와 아보카도, 마요네즈를 넣은 캘리포니아 롤을 ‘백인을 위한 스시’로 내놓으면서 서양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1978년 스시는 미국 NBC 방송의 인기 토크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소재로 다룰 만큼 미국 땅에서 뿌리를 내렸다.

저자는 세계화로 인해 일본 고유의 스시가 본모습을 잃고 있다는 가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스시는 고유한 어떤 것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현지화를 해 온 음식이라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아보카도와 게살로 스시를 만들고 하와이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임시 식량이었던 스팸을 얹으며, 싱가포르에서는 카레 롤을 만드는 것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스시는 20세기 후반에 돈, 권력, 사람 그리고 시대의 상호 연결성을 규정짓는 문화의 흐름에 따라 발명된 요리”라고 말한다. 보스턴 글로브지의 기자인 저자는 2년 동안 5개 대륙의 14개 나라를 다니며 스시를 취재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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