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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소통]아르코미술관 기획전 ‘인터뷰’- 국제갤러리 구본창 개인전

입력 2011-03-29 03:00업데이트 2011-03-29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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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삶에 물어보라… 세상에 도움이 됐는지…
■ 아르코미술관 ‘인터뷰’전 문답 형식의 대화, 미술은 어떻게 표현하나
현대미술에 나 타난 인터뷰의 다 양한 양상을 살펴 본 ‘인터뷰’전에 나온 정연두 씨의 영상 작품 ‘수공기 억’. 작가는 평범 한 노인들에게 가 장 기억에 남는 일 을 물은 뒤 그들의 인터뷰 장면, 그들 의 이야기를 설치 작품으로 재구성 한 영상을 나란히 배치했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당신은 다른 사람의 불행에 웃은 적이 있습니까? 죽고 싶은 장소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의 사생활을 은밀하게 훔쳐볼 수 있다면 보겠습니까?

전시장에 놓인 열 개의 헤드폰 중 하나를 끼면 가슴을 파고드는 질문이 이어진다. 천경우 씨의 ‘100개의 질문, 1000개의 대답들’이란 작품이다. 작가는 타인에게 묻고 싶은 개인적 질문, 그것도 ‘예 혹은 아니오’로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유럽과 서울에서 50개씩 모아 들려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관객은 내면을 성찰하는 동시에, 정답을 강요하는 질문 방식도 돌아보게 된다. 이 작업과 함께, 자기 자신에게 하기 힘들었던 질문을 스스로 묻고 털어놓는 작은 공간도 마련됐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은 올해 첫 기획전으로 4월 20일까지 ‘인터뷰’전을 연다.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하는 인터뷰 형식의 ‘대화’가 현대미술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변화하고 있는지를 엿보는 자리다. 김홍석, 정연두, 나현 씨 등의 영상작품과 더불어 박경주, 조혜정, 믹스라이스, 플라잉시티 등의 다큐비디오를 볼 수 있다. 인터뷰를 매개로 한 작업인지라 먼저 전시 안내자의 설명을 들은 뒤 차분히 감상하길 권한다. 02-760-4850

○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

아르코미술관에 제시된 다양한 인터뷰는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의 애환이든 역사적 사건이든 모든 것은 개인의 기억으로 치환된다는 것을 일깨운다.

1전시실에서 만나는 이진준 씨의 ‘셀프 인터뷰’와 김홍석 씨의 ‘토크’는 특정한 답변을 기대하고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의 속성과 이중성에 주목한다. 이 씨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 8명에게 8분간 자문자답 인터뷰를 요청했고, 김 씨는 이주노동자로 분장한 연기자의 허구적 토크쇼를 재구성했다. 태이 씨의 3채널 영상 ‘인트라 위브’는 인터뷰를 활용하는 3명의 런던 거주 작가의 목소리로 예술가의 삶, 인터뷰에 관한 인터뷰를 전개한다. 예술가의 정체성을 역술가로 바꾼 이수영 씨의 ‘수유시장 프로젝트’도 인상적이다. 시장 상인의 사주를 풀어준 결과물과, 복채 대신 받은 배추 한 포기, 양파 한 망 등을 전시했다.

2전시실에선 인터뷰라는 형식이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짚는다. 2000년대 초반 사회적 이슈를 인터뷰란 형식으로 접근한 다큐비디오를 보여준다. 청계천 노점상과 이주노동자의 인터뷰를 기록한 믹스라이스, 플라잉시티의 작품은 그런 사례다. 정연두 씨의 ‘수공기억’은 단순한 인터뷰에서 진화해 미술적 작업을 곁들인 작품이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노인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들려 달라고 요청한 작가는 인터뷰와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재구성한 영상을 나란히 배치했다.

○ 그의 사적인 물건들

■ 구본창 개인전 작가의 사소한 수집품들로 엿보는 정신세계
사진가 구본창 씨의 개인 전에선 작가가 어린 시절부 터 수집해온 온갖 물건을 설 치작품처럼 선보였다. 그가 모아온 극히 사적인 수집품 들은 작가의 내밀한 정신세 계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 공한다. 국제갤러리 제공
‘인터뷰’전이 ‘대화’를 통해 내밀한 기억을 드러낸다면 개인이 수집한 물건을 통해 한 예술가의 기억과 정신세계를 탐색한 전시가 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02-733-8449)에서 4월 30일까지 열리는 사진가 구본창 씨의 개인전. 일반적인 사진전을 예상한 관객이라면 다소 뜻밖의 전시다. 구 씨가 30년간 전개해온 작업 세계의 맥락을 극히 사적인 ‘수집품’을 통해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텅 빈 새장, 텅 빈 상자, 텅 빈 유리병 등. 1층에선 마치 만물상처럼 배열된 온갖 잡동사니와 이미지가 선보였다. 작가를 잘 아는 북디자이너 정병규 씨는 수집품의 특징을 ‘이름 없음’과 ‘낡음’이라고 꼽는다. ‘쓸모’란 맥락에서 벗어나고, 중심부가 아니라 모퉁이에 자리한 사물에 대한 작가의 연민은 결국 ‘부재하는 것들의 온기를 담아내는 사진’으로 귀결된다. 한국의 탈과 백자 등 다른 이의 컬렉션을 찍은 2층의 사진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 전시는 관객에게 자기 삶의 흔적과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안한다. 내 안을 헤집는 셀프 인터뷰나 자기 관찰이 버겁다면 ‘100개의 질문’에 나온 물음을 되새겨도 좋겠다.

당신은 고통을 잘 견뎌낼 수 있습니까? 오늘 하루 자신의 모습에 만족합니까? 자신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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