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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소통]여성작가 7명 ‘워킹 맘마미아…’방정아씨 ‘이상하게 흐른다’전

입력 2010-11-10 03:00업데이트 2010-1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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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픔’ 끌어안은 모성을 만나다 《푸른 구슬이 깔린 바닥에 12가지 무늬로 공들여 오려낸 종이가 빼곡히 붙은 푸른 벽면. 바닷속 같은 공간에 자리 잡은 여인은 바리공주를 상징한다. 일곱째 딸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지만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신화 속 인물을 테마로 한 윤석남 씨의 ‘블루 룸’이란 설치작품이다. 제주 신화와 조선시대 문자도를 결합한 ‘자청비’와 ‘설문대 할망’은 류준화 씨의 작품. 서예의 획처럼 보이는 검고 굵은 선이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으로 변신했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남장을 한 채 공부한 뒤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자신이 점찍은 남자와 혼례를 치르고 농사의 신이 된 자청비, 치마에 흙을 담아서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설문대 할망의 이미지를 21세기로 되살려 냈다.》

여성가족부가 설립한 서울 동작구 대방동 여성사전시관(서울여성플라자 2층)에서 12월 15일까지 열리는 ‘워킹 맘마미아: 그녀들에게는 모든 곳이 현장이다’전의 풍경이다. 여성의 역사를 보여주는 상설전과 어우러진 기획전으로 신화와 역사 속에 등장하는 지혜롭고 담대한 여인의 삶과 만날 수 있다. 중진부터 신진까지 여성작가 7명이 무지개처럼 각기 다른 상상력과 에너지를 펼쳐낸 전시다. 02-824-3085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갤러리 로얄에서 열리는 방정아 씨의 ‘이상하게 흐른다’전도 여성의 주체적 시각에서 시대의 현실과 일상의 단면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삶의 풍속화를 다룬 작업에 덧붙여 하찮은 여인네로 탈바꿈한 어둠 속의 관세음보살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빗댄 작품을 내놓았다. 12월 4일까지. 02-514-1248

○ 공감과 반성

‘워킹 맘마미아: 그녀들에게는 모든 곳이 현장이다’전에 나온 류준화 씨의 ‘자청비’. 자유롭고 진취적인 여신의 전형을 보여준 자청비의 머리카락을 서예의 획처럼 표현한 작품이다. 사진 제공 여성사전시관
일과 가정의 틈새에서 고민하는 여성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워킹 맘마미아’전. 페미니즘을 앞세운 이념적 당위적 접근이 아니라 심미적 체험을 유도해 주목된다. 작가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당당하고 자주적 삶을 선택한 창조적 여인을 호명해 ‘일 따로, 살림 따로’라는 인식에 근원적 변화가 필요할 때임을 일깨운다. 몸과 정신, 집 안과 집 밖, 거대한 것과 사소한 것을 편 가르거나 차별하지 않고 두루 보듬어내며 생명의 역사를 만들어낸 지혜에서 한 수 배우자는 것.

정정엽 씨의 드로잉 설치 ‘생명을 보듬는 팔’에도 그런 공감의 정신이 녹아 있다. 투명한 천에 씨를 뿌리는 손, 자식을 포옹하는 어머니의 품을 그려낸 작품이다. 신화시대부터 현대까지 가정과 삶 속에서 다중적 역할을 맡아온 여성의 삶을 요약한 이 작품은 ‘남자는 일, 여성은 살림’이란 이분법적 사고가 유효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한다. 윤희수 씨의 ‘생명력 2010’은 검은 비닐봉지로 굵게 땋은 머리를 표현한 작품. 일, 가정, 자기 자신을 상징하는 세 가닥의 머리에는 여성의 질긴 생명력이 스며 있다.

이 밖에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의 힘을 표현한 김인순 씨의 ‘태몽’, 돈의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새 세상을 꿈꾸는 박영숙 씨의 ‘화폐개혁 프로젝트’, 웅녀의 탄생을 테마로 삼은 이피 씨의 작품도 흥미롭다. 관객 참여프로그램 ‘워킹맘 지구대’의 경우 ‘집안일 보상청구서’ 같은 서류를 마련해 관객이 자기 문제를 공유하도록 했다.

○ 연민과 성찰

방정아 씨의 ‘이상하게 흐른다’전에서는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이 일상공간에 나타난다. 당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언급과 치유적 미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전시다. 사진 제공 갤러리 로얄
빠르고 활달한 붓놀림, 강한 색채로 도시의 생활상을 기록하고 수집해온 방정아 씨. 이번 전시에선 일상사와 쓸쓸함과 따스함, 자연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인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편협함에 대한 비판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냈다. 평범한 생활의 에피소드를 포착하거나 자신에 대한 관조적 시선을 드러낸 그림은 편안하다.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관세음보살을 현대도시에 불러온 작품에는 치유적 미술에 대한 바람이 스며 있다.

여성 작가들의 단단한 역량을 드러낸 두 전시는 시대의 현실적 과제에 주목하면서도 파괴적이지 않은 치유의 방법을 고민하는 점에서 울림이 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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