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텍스트와 사운드… 지루한 반복 뒤엔… 잔잔한 감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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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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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혜 중공업’ 6년만의 개인전

장영혜 중공업의 ‘예고편, 2010’. 사진 제공 갤러리 현대
장영혜 중공업의 ‘예고편, 2010’. 사진 제공 갤러리 현대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아온 웹아티스트 그룹 ‘장영혜 중공업’이 6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11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Down in Fukuoka with the Belarusian Blues’전.

장영혜 중공업은 한국 작가 장영혜 씨와 미국 작가 마크 보주 씨로 구성된 작가 그룹으로 이번 전시에서 모니터 위로 단어와 문장이 흘러가는 형식의 텍스트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3개 층에 설치된 스크린과 액정표시장치(LCD) TV 화면 위로 음악에 맞춰 춤추듯 움직이는 영어와 한글 텍스트가 번갈아 나타났다 사라진다.

‘상호성’을 거부하는 이들의 작품은 이미지는 거의 없이 사운드와 텍스트로 구성된다. 현대 사회의 권력과 욕망을 헤집어본 ‘삼성’ 프로젝트를 내놓았던 2004년 로댕 갤러리 전시와 달리 이번에는 ‘예술가의 상처와 고뇌’라는 내밀하고 사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1873년 동성애 관계였던 시인 랭보와 폴 베를렌 사이에 벌어진 총격 사건을 현대적 상황으로 빌려와 재구성한 작품이다. 줄거리도 없는 알쏭달쏭한 이야기, 문자와 사운드가 되풀이되는 형식. 처음엔 무미건조하게 다가오지만 진득하게 작품을 보다 보면 가슴속에 감정의 잔물결이 생겨난다. 글자의 크기와 텍스트가 흐르는 속도가 달라지고, 토막토막 이어진 문장과 단어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방식이 감성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02-2287-350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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