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유산을 문화공간으로]<4>부산 해운대구 송정역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3분


고즈넉한 어촌 간이역

주변 정비 고풍 유지를

소나무 숲에 걸터앉은 정자(亭子) 한 채가 타향 손님을 점잖게 맞이하던 기차역. 부산 해운대구 송정역(사진)은 2006년 부산 최초로 간이역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역사(驛舍)다.

1934년 12월 첫 기차가 정차한 이래 개축을 거듭해 현재도 해마다 600여 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애틋한 만남과 헤어짐의 추억을 쌓아온 장소다. 역 앞 돌담 집과 목조 쌀집 등이 오래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폭 4, 5m의 보행로는 한적한 어촌의 정취를 품었다.

송정역에 대한 전문가들의 문화 공간 제안은 고풍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살리면서 주변 상업지구를 정비하는 것.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팀 오민근 도시경관 전문위원은 “야영장 텐트가 마구잡이로 늘어선 해수욕장을 정돈하는 것만으로도 이 지역의 문화적 품위를 높일 수 있다”며 “역사 직원에게 열차 업무뿐 아니라 관련 문화 정보를 인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래된 기차역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한 사례는 적지 않다. 대규모 역사는 내부 공간이 넉넉해 전시나 공연 시설로 바꿔 쓰기 좋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이 대표적인 예다. 송정역처럼 작은 역사를 건축적으로 재생시키면서 공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독일 엘츠반과 쥔게렌데의 예를 참고할 만하다. 루르의 엘츠반 철도는 선로 폐쇄 후 자연의 상쾌함을 만끽할 수 있는 자전거 산책로로 꾸며졌다. 쥔게렌데 자연공원은 옛 템펠호프 화물열차 역을 재활용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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