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유산을 문화공간으로]<1>서천 장항제련소 ‘부활’ 프로젝트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옛 서울역 건물에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근대 산업유산의 활용이 새로운 문화 관광 산업의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산업유산 재생을 통한 문화도시 조성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광역 자치단체별로 하나씩 산업유산을 선정해 2012년까지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문화부는 4일 오전 9시 반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청해 ‘산업유산과 지역 재생’을 주제로 국제학술세미나도 개최한다. 이를 계기로 활용 가치가 높은 국내 산업유산을 소개하고 문화공간화 방안을 모색해 본다.》

“버려진 저 굴뚝을 서해 랜드마크로”

“저 장항제련소의 굴뚝을 보세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 같지 않습니까. 이걸 잘 보존하고 살려 서해안의 명물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쇼핑 공간으로 변신한 일본의 옛 삿포로맥주공장의 굴뚝보다 멋지군요. 이곳을 박물관 같은 문화공간으로 되살리고 야간 조명도 넣으면 서해와 잘 어울릴 것입니다.”

○ 굴뚝 주변에 박물관-전망대… 바위산 공원 등 계획

지난달 28일 충남 서천군 장항읍의 장항제련소. 서천군의 오천환 문화계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팀의 오민근(도시경관) 전문위원이 서해안 바위산에 우뚝 솟은 굴뚝을 바라보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제련소의 공장과 굴뚝이 서천 문화 부흥의 중심지 역할을 해 주리라는 기대였다.

최근 근대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공간화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사용하지 않거나 폐허가 된 산업유산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이다. 화력발전소를 활용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갤러리, 기차역을 활용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맥주공장을 활용한 일본 삿포로의 삿포로팩토리 등 선진국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국내는 이제 시작 단계.

국내에 활용가치가 높은 산업 공간은 많다. 경기 포천시의 채석장, 강원 태백시의 철암 탄광, 대전의 충남도청 건물, 부산시의 송정역, 대구의 KT&G 연초제조창. 군산의 일제강점기 건축물들, 인천의 부둣가 창고, 충남 금산군의 폐터널, 서천의 장항제련소….

1936년 설립된 장항제련소는 한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상징 공간.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 만큼 인기가 높았으나 지금은 일부만 가동되고 있다.

장항제련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굴뚝. 1979년 서해 바닷가의 해발 120m 바위산에 재건립된 이 굴뚝의 높이는 90m. 현재 이 굴뚝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굴뚝이 있는 바위산에 올라가면 바다 건너 군산시도 볼 수 있다. 굴뚝에 이어져 있는 100m 정도의 연도(煙道)는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서천군은 이 제련소 굴뚝과 제련소 내의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인근 관광지와 연계해 문화 관광의 핵심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 굴뚝을 박물관으로 만들고 △굴뚝 주변에 전망대를 조성하고 △빈 건물을 예술 창작 공간으로 바꾸고 △바위산 주변을 생태공원으로 꾸미고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해 바닷가를 배경으로 멋진 야경을 연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 “맥주공장 활용한 日 ‘삿포로팩토리’ 못잖은 명소로”

오 위원은 일본 삿포로의 삿포로팩토리 못지않은 ‘굴뚝의 미학’을 기대한다. 1980년대 공장이 교외로 이전하자 삿포로 맥주회사와 삿포로 시는 삿포로 맥주의 이미지를 살려 복합 문화쇼핑공간으로 꾸몄다. 거대한 굴뚝과 붉은색 벽돌 공장 건물을 그대로 살리고 그 옆에 투명 아트리움을 조성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했다. 공장 내부도 원래 모습대로 살려 젊은 예술가들의 공방 및 쇼핑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오 위원은 “일본 요코하마의 경우, 2002년부터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뱅크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해 120억 엔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6월 중순 이곳을 찾았을 때, 삿포로시청의 구마가이 나오키 씨는 “예술공방 레스토랑 쇼핑센터로 재활용했더니 죽은 공간이 극적으로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독일 뒤스부르크의 티슨제련소도 참고할 만하다. 1901년 설립된 뒤 1985년 문을 닫고 폐물로 전락했던 이 제련소는 최근 시 당국과 시민들의 노력으로 공연장, 유스호스텔, 수중다이빙 레저 시설, 암벽 등산 시설 등 복합 문화레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천·삿포로=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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