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구술잡기]인권과 소수자 이야기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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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되지 못한 ‘그들’…소수자 차별 고발

구술은 말로 푸는 생각이다. 그런데 말 안에는 사회적 맥락이 숨어 있다. 개념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게 편견이 드러나기도 한다.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거나, ‘정상인’과 ‘비장애인’을 섞어 쓰는 경우가 그렇다. 내가 쓰는 말의 한계는 내가 경험한 세상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다양한 사회적 차별들을 살펴 우리들이 무심코 빠질 수 있는 편견을 일깨워 준다. 훌륭한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도 누군가를 힘들게 할 차별 언어를 쉽게 내뱉을 수 있다. 말의 설득력은 언어 기교가 아니라 건전한 가치관에서 나온다. 투명하면서도 견고한 마음 속 편견의 벽들을 차분히 되돌아볼 때다.

이 책은 그야말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이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역사와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여성, 장애인, 노인, 빈민 같은 ‘전통적 소수자’뿐 아니라 화교, 외국인 노동자, 혼혈인, 국제결혼 같은 ‘인종·민족적 소수자’까지 모두 아우른다. 소수자는 그 용어와는 달리 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차별 여부로 구별한다. 여성이 소수자로 분류되는 이유다.

그러나 소수자는 사회적 약자와도 구별된다. 사회적 약자는 차별 속에서 힘겹게 살아갈 뿐이지만, 소수자는 자신이 차별받는 이유를 깨닫고 그 집단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다. 사회적 자각은 괴로움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소수자의 차별은 수면 아래 끓고 있는 활화산이다.

과연 소수자는 열등할까. 이 책은 우리들의 무딘 비판 의식을 차분히 뒤집는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흑인이 열등한 인종이라서 노예가 되었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흑인들을 노예로 만든 뒤 열등하다고 합리화한 것이다. 일제가 조선인에게, 독일의 나치가 유대인에게 했던 것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힘이 매우 세다. 존경받는 의사가 장애인이라면 우리는 그를 ‘장애인’ 의사라 생각한다. ‘혼혈’ 운동선수, ‘여성’ CEO, ‘동성애자’ 연예인 등 소수자는 그 사람의 대표 지위조차도 압도한다. 하인스 워드를 보며 환호했지만 우리 안의 혼혈인들은 여전히 비하의 시선 아래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문화행사를 벌이면서도 제도적으로는 차별한다. ‘열린 문화-닫힌 사회’의 구조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중성이다.

손톱 밑에 박힌 가시 하나로도 온몸이 아픈 법.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은 소수자가 ‘비정상인’으로 살아간다. 이 책을 통해 사회적 건강의 척도인 인권의 가치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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