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청소년 심리]발레 배우는 반항아 ‘빌리 엘리어트’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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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가 뭐가 잘못됐어요? 극히 정상적인 거예요.”

“남자애들은 풋볼을 하거나 권투, 아님 레슬링을 하는 거야. 빌어먹을 발레는 안 한단 말이다.”

11세 영국소년 빌리와 탄광 노동자 아버지의 대화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부자는 갈등한다. 아버지는 어두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권투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빌리는 권투에 별다른 소질도, 흥미도 없다. 우연히 소녀들 틈에 끼여 발레 수업을 받게 된 빌리는 권투를 배울 때와는 달리 흥미를 느끼게 된다.

1980년대 영국 시골마을에서 남자가 발레를 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발레하는 장면을 본 아버지는 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빌리가 발레를 배우도록 지원한다. 그는 발레 교습비를 벌기 위해 파업 대열에서 빠져 탄광으로 향한다.

많은 부모는 자녀와 자녀의 미래에 대해 갈등한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반항하고 부모는 ‘내 아이가 엇나가다니’ 하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청소년의 반항적 행동은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욕구에서 나온 건강한 행동이다. 이런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 직업을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청소년은 자아정체감과 인생관을 발달시킬 수 있다.

빌리는 왕립발레학교 면접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발레하면 그냥 기분이 아주 좋아요. 한번 춤추기 시작하면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모든 게 사라져 버리죠. 몸에서 불꽃이 일어서 새처럼 날아갈 것 같아요.”

빌리는 멋진 발레리노로 성장한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부모가 모든 결정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부모들은 마치 로드매니저 같다.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자녀의 공부 스케줄을 일일이 결정하고 관리한다. 시간에 맞춰 학원에 데려다 주고 밤늦게 데리고 온다.

아이의 인생마저 대신 살아 줄 듯한 부모에게 자녀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하면 나의 삶이 가치 있고 행복할까’라는 고민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의존성 성격장애’를 앓기 쉽다. ‘마마보이’가 대표적이다.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까 봐, 부모로부터 자신의 행동이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한다. 부모가 죽으면 판단해 줄 사람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양육이란 부모의 눈높이에 자녀를 맞추는 과정이 아니다. 자녀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

신민섭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 신민섭 교수는 1958년생으로 서울대에서 아동학과 임상심리학을 전공했으며 1994년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놀이치료학회, 한국인지치료학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어텐션 닥터: 부모를 위한 안내서’ ‘청소년 심리학’ ‘그림을 통한 아동의 진단과 이해’ 등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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