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찬란한 여름밤 20선]<16>평행우주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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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론(다중우주이론)에 의하면 범우주적 극장에는 여러 개의 무대(우주)가 층마다 자리 잡고 있으며 각 무대는 은밀한 터널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무대는 새로운 무대를 낳으면서 창세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각 무대에는 각기 다른 물리법칙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들 중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무대는 극히 일부일 것으로 추정된다.”―본문 중에서》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우주는 요지경이다. 우선 너무 넓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2000억 개나 있다고 한다. 우주 전체에 이런 은하가 또 그만큼의 수효로 있다고 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우리 우주와 별도로 또 무수히 많은 우주가 나란히 놓여 있고, 이런 우주들은 각각 물리 법칙이 달라서 온갖 희한한 모습의 우주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면 이 드넓은 우주에서 우리 인간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는 두 가지 상반된 원리가 있다. 하나는 인본 원리(anthropic principle)이고, 다른 하나는 평범성의 원리(mediocrity principle)이다.

앞의 원리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지구상에 생명이 살도록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밀하게 맞춰져 있다고 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의 크기가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우주에 별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별이 있어도 조건이 맞지 않아서 생명을 구성하는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지 않거나 해서 인간이 존재할 수 없다. 게다가 지구에 달이 없다면 자전축이 안정되지 못하므로 기후가 엉망이 되어 생명체가 발생할 수 없다. 반면에 두 번째 원리에 따르면, 수천만 명이 응모한 로또에서 한 사람이 1등 했다고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묻는다. 평행우주의 수가 워낙 많고, 그 속에 태양계의 수가 워낙 많다 보면 그중 하나에 생명이 진화하는 행성이 하나쯤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다는 이야기다.

‘오리진’의 저자 닐 디그레이스 타이슨은 ‘평행우주’를 보고 최첨단의 물리학을 놀이공원으로 옮겨 놓았다고 말했다. 참 적절한 말이다.

‘평행우주’를 집어 드는 독자는 자유이용권을 손목에 차고 놀이공원 입구에 서 있는 것이다. 이 놀이공원은 짜증나게 줄 설 필요도 없다. 여러 가지 놀이 시설을 하루 종일 즐겨 보기 바란다. 다만, 놀이공원이 너무 커서(600여 쪽이나 된다) 돌아다니기 힘들다고 투덜대지는 말기 바란다.

우리 은하 중심부에 블랙홀이 있다는 이야기, 우리 이웃에 있는 안드로메다은하에는 훨씬 더 큰 블랙홀이 있으며, 이 둘이 수십억 년 뒤에는 충돌해서 우리 은하가 잡아먹힌다는 이야기, 우리 후손들이 이 재앙을 피하려면 웜홀(Worm Hole·우주 시공간 벽의 구멍)을 만들어서 다른 데로 재빨리 도망가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공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집중시켜서 아기 우주를 만든 다음에 그 우주로 피난을 가야 한다는 이야기, 우리 우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여러 우주에서 나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각각 다른 운명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등등 온갖 현란하고 정신이 나간 듯하면서도 분명히 제 정신인 이야기들을 직접 알아보기 바란다.

김희봉 과학전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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