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우주는 요지경이다. 우선 너무 넓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2000억 개나 있다고 한다. 우주 전체에 이런 은하가 또 그만큼의 수효로 있다고 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우리 우주와 별도로 또 무수히 많은 우주가 나란히 놓여 있고, 이런 우주들은 각각 물리 법칙이 달라서 온갖 희한한 모습의 우주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면 이 드넓은 우주에서 우리 인간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는 두 가지 상반된 원리가 있다. 하나는 인본 원리(anthropic principle)이고, 다른 하나는 평범성의 원리(mediocrity principle)이다.
앞의 원리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지구상에 생명이 살도록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밀하게 맞춰져 있다고 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의 크기가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우주에 별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별이 있어도 조건이 맞지 않아서 생명을 구성하는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지 않거나 해서 인간이 존재할 수 없다. 게다가 지구에 달이 없다면 자전축이 안정되지 못하므로 기후가 엉망이 되어 생명체가 발생할 수 없다. 반면에 두 번째 원리에 따르면, 수천만 명이 응모한 로또에서 한 사람이 1등 했다고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묻는다. 평행우주의 수가 워낙 많고, 그 속에 태양계의 수가 워낙 많다 보면 그중 하나에 생명이 진화하는 행성이 하나쯤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다는 이야기다.
‘오리진’의 저자 닐 디그레이스 타이슨은 ‘평행우주’를 보고 최첨단의 물리학을 놀이공원으로 옮겨 놓았다고 말했다. 참 적절한 말이다.
‘평행우주’를 집어 드는 독자는 자유이용권을 손목에 차고 놀이공원 입구에 서 있는 것이다. 이 놀이공원은 짜증나게 줄 설 필요도 없다. 여러 가지 놀이 시설을 하루 종일 즐겨 보기 바란다. 다만, 놀이공원이 너무 커서(600여 쪽이나 된다) 돌아다니기 힘들다고 투덜대지는 말기 바란다.
김희봉 과학전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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