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찬란한 여름밤 20선]<14>우주의 점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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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수많은 은하들과 그러한 은하를 이루는 별들로 대만원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볼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이미 알려진 것도 있고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주랍니다.―본문 중에서》

도시를 벗어나 밤하늘을 보면 수많은 별과 은하수를 볼 수 있다. 눈부시게 밝은 별을 바라보면 우주의 거대한 규모를 느끼게 된다. 우주는 끝이 있을까? 우주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우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 우주론은 위상수학과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우주망원경을 사용해 우주의 탄생 초기 모습을 관측하고 우주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등연구원인 재너 레빈 박사는 어머니가 “얘야, 우주는 어떻게 생겼더냐? 은하수가 우주인 거냐?”고 질문했을 때, 천체물리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한’의 수학적 정의, 뉴턴의 고전 역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쉽게 정리하면서, 저자의 연구 분야인 빅뱅 이후 우주의 점 즉 은하, 별, 인간이 생성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150억 년 전 태초에 우주가 대폭발해 엄청난 혼돈을 겪은 뒤 우주의 나이가 30만 년이 됐을 때 우주공간이 맑아지면서 ‘빛’이 보이게 된다. 이 ‘빛’을 ‘우주배경복사(宇宙背景輻射)’라고 한다. 1964년 미국 벨 전화연구소 엔지니어인 펜지어스와 윌슨이 통신용 전파 안테나를 시험하면서 이 ‘우주배경복사’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 빅뱅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두 사람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가장 초기 모습을 발견한 공로로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우주 초기 물질의 상태는 안정적이고 균일했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주가 팽창하고 진화하면서 은하와 별이 만들어질 수 없고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우주배경복사의 요동, 즉 이방성(異方性)을 찾기 위해 1989년 적외선 천문위성 ‘COBE’를 발사했다. 이 망원경은 100만분의 1도에 해당하는 미세한 요동을 발견해 인간의 존재 근거를 밝힐 수 있었다. 저자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조지 스무트 박사와 함께 COBE의 관측 결과를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이 최신 연구 과정은 이 책만의 특징으로 다른 자연과학서들과 구별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에서 저자는 개인 일상사도 함께 쓰고 있다. 30대 중반의 여성 과학자가 경험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 순수 기초 과학을 전공하는 어려움 등 드러내기 쉽지 않은 내용을 솔직하게 적고 있다. 복잡한 우주의 역사와 구조를 설명하면서 복잡하게 변화하는 개인감정도 함께 기술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산만할 듯한데, 이상하게도 우주의 내용이 더욱 잘 이해된다.

여행기를 읽을 때 저자의 개인적인 내용과 감정에 동화되어 여행가와 같이 여행하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우주의 점’을 읽으면서 저자 혹은 그의 어머니의 처지가 되어 우주의 구조와 진화에 대한 내용을 경험할 수 있다.

박수종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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