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찬란한 여름밤 20선]<12>엘러건트 유니버스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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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형 끈과 알갱이들의 진동 패턴에 의해 우주의 모든 창조물들이 하나의 법칙으로 통합되고, 우주 안에 숨어 있는 여러 개의 차원들은 비틀리고 찢어졌다가 다시 붙으면서 우주의 진화를 주도하고 있다.”―본문중에서》

여름 밤하늘을 우연히 쳐다보다 발견하는 수많은 별은 미묘한 느낌을 심어 준다. 그 느낌은 일상의 삶에서 멀고 먼 존재가 일으키는 아름다움과 경외감이다.

그 느낌의 밑바닥에는 우주의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규칙성에 대한 감탄과 호기심이 숨어 있다. 과연 밤하늘의 별과 내 발 밑의 모래를 아우르는 하나의 법칙이 존재할까. 자연의 모든 물질과 현상을 지배하는 법칙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그런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최근 각광받는 이론이 미시세계의 만물이 점이 아닌 조그만 끈으로 이뤄져 있다는 초끈이론(끈이론)과 10차원 시공간에서 전개되는 5종류의 끈이론을 11차원 시공간으로 통합해 설명하는 M이론이다. 이들 이론은 우주의 모든 물질과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하나로 통합해 설명하려는 아인슈타인의 통일장 이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고전역학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 자연의 근본법칙에 깔린 기초적인 아이디어를 통일한 이 이론들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크게 바꿔 놨다.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우아한 우주)는 끈이론을 우리에게 쉽고 생생하게 소개한다. 시공간의 고전적인 이론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부터 양자역학, 초대칭성, 끈이론, M이론을 하나로 꿰어 재미있고 쉽게 설명한다. 기본 개념들을 여러 우화로 기술하고 이론 발전 과정의 에피소드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는 과학의 발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인류가 자연계에 관해 발견한 수많은 개념이 끈이론을 통해 더욱 더 깊고 오묘하게 포착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시간과 공간의 여러 혁명적인 개념은 끈이론에서 심도 있게 변화된다.

심오한 개념들도 재미있게 표현되고 있다. 예를 들어 M이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중성(duality)과 M이론은 다섯 개의 끈 이론을 하나로 통합했을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한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를 놀라게 할 만한 새로운 이론이 추가로 발견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지도 제작자가 지구 전체의 지도를 완성하면 지리학상의 지식은 그것으로 종료된다. …이제 끈이론 학자들은 지구의를 완성한 지도 제작자처럼 당당한 주장을 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세계의 기본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꾼 초끈이론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나의 과정이다. 현재도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혼신을 다해 탐구하는 이 이론은 앞으로도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자연을 이해할 수 있는 궁극의 법칙을 제시하는 초끈이론을 비롯해 이 책은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를 명료하게 기술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의 이정표로도 간주된다. 저명한 이론물리학자인 동시에 대중적 글쓰기에도 뛰어난 저자를 따라 초끈의 진동으로 이뤄지는 이 우주의 우아한 하모니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기명 고등과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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