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전율,추리소설 20선]<10>데드라인

입력 2007-07-13 03:08수정 2009-09-2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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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느끼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범죄현상과 추리소설에서 일어나는 범죄현상이 유사하면서도 상이하다는 점이다. 유사한 부분은 추리소설에 나오는 범죄자들의 엽기성이나 범죄 행위의 저돌성, 그리고 범죄 결과의 일치성이다. 반면에 상이한 부분은 현실 속의 범죄자들이 추리소설 속의 범죄자들보다는 그렇게 치밀하지가 못하다는 점이다.

앤드루 클레이번이 쓴 ‘데드라인’은 사형 집행을 18시간 앞둔 사형수와, ‘사형수의 무죄 입증’이라는 특종을 만들어냄으로써 개인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신문사 사회부 기자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저자의 경력은 매우 흥미롭다. 신문기자 출신인 클레이번은 키스 피터슨이라는 여성 필명으로 발표한 ‘더 레인’과 역시 여성 이름인 마거릿 트레이시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미세스 화이트’라는 작품으로 추리소설 분야의 작품상 중 최고로 꼽히는 에드거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신문기자인 에버렛은 직장 상사의 딸과 성관계를 맺고 그것도 모자라서 상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다. 이 때문에 간신히 얻은 직장에서 잘릴 위험에 처하고, 이 사실을 안 아내는 이혼하자고 난리를 치는 상황이다. 그런 그에게 사형수와의 마지막 인터뷰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사형수 프랭크 비첨을 만난 에버렛은 직감적으로 사형수가 무죄라고 확신한다. ‘무죄 특종’을 잡으면 모든 ‘개인적인’ 문제가 한번에 해결되고 영웅이 되리라는 기대에 부푼 에버렛. 사형수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에버렛이 집요한 뒷조사에 나선다는 게 소설의 내용이다.

사건을 취재하는 신문기자가 진실을 밝혀낸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로 보이지만, 추적하는 사람이 결코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의 소설과는 다른 독특한 면모를 보인다. 명탐정 셜록 홈스와 같이 정의롭고 모범적인 사람이 아닌, 어떻게 보면 쓰레기와 같은 인생을 사는 3류 기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건을 추적해 간다는 점이 통상적인 추리소설의 틀을 깨고 있다.

주인공을 포함한 인간 군상은 인간의 본래 모습을 적나라하게 대변한다. 형 집행을 앞둔 사형수에게 회개하라고 외치며 으스대는 목사, 큰 이슈를 위해 죄 없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넣는 검사…. 이들이 보여 주는 ‘인간적인’ 모습에서 비애마저 느끼게 된다.

사형수의 심리적인 궤적을 그리는 작가의 묘사 또한 대단히 치밀하고 섬세하다. 죽음이 눈앞에 닥친 사형수의 심정을 좇아가면서 클레이번 자신도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겪었을 법하다. ‘데드라인’은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와 더불어 사형제도라는 이슈에 대해 진지한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무게감도 함께 주는 독특한 추리소설이다.

최영인 한국범죄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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