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전율,추리소설 20선]<3>펠리컨 브리프

입력 2007-07-04 02:56수정 2009-09-2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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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강렬한 호기심을 동반한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순간의 그 짜릿한 긴장감을 맛보기 위해 우리는 피서지의 어느 해변에 앉아, 혹은 잠 못 드는 한여름 밤 침대에 엎드려 추리소설을 읽는다.

존 그리샴의 ‘펠리컨 브리프’는 “신경이 피부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 추리소설이다. 발간 당시 2년 연속 전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이 소설은 그를 할리우드 감독들이 뽑은 흥행의 보증수표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리샴의 최근작들을 보면 이 작가의 스타일이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죽음을 앞둔 코치와 선수들의 증오와 사랑을 그리기도 하고, 여러 국가를 상대로 한 첩보 스릴러물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법정 스릴러’라는 자신만의 장르로 차근차근 긴장의 완급을 조절하며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초기 소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미약한 주인공이 조력자와 함께 거대한 권력 기관을 상대로 힘겹게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들은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펠리컨 브리프’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이 소설에서는 명석한 두뇌의 법대 여학생 다비 쇼가 기업가와 백악관이 연루된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추정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 뒤 다비 쇼가 암살자에게 쫓기면서도 정의로운 기자 그랜섬과 함께 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 가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대법원의 판사 로젠버그, 다비 쇼의 스승이자 연인인 캘러헌 교수, 희대의 살인범 카멜, 대통령과 그를 조종하는 비서실장 콜, 미국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으로 장(章)마다 시점을 옮겨가면서 전체적인 사건을 빠르게 전개해 나간다.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살인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다비 쇼는 필사적으로 옷과 머리 모양을 바꾸고, 호텔과 행선지를 변경하면서 목숨을 내건 두뇌게임을 벌인다. 그녀가 조력자로 위장한 살인범의 손을 잡고 걷는 장면에서는 우리도 숨을 쉴 수가 없다. 다비 쇼란 인물은 너무나 완벽하기에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매력적이기도 하다. 정치계, 법조계, 경제계는 부패했으며, 환경과 인간, 법과 정의 모두 위협받고 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다비 쇼나 그랜섬 기자와 같은 존재를 갈망한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장면을 보는 것은 언제나 통쾌하다.

추리소설의 매력은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책에 온전히 몰입하여 단숨에 읽게 하는 흡입력이다. 그 흡입력은 범인을 밝혀 내는 고난의 과정에 독자 스스로가 참여하고 있다는 일체감에서 나온다. 이 일체감의 근원은 진실에 대한 갈망이다. 현실의 수많은 사람은 진실이 결국 밝혀지리라는 기대를 안고 살아간다.

조윤경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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