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위한 책 20선]<10>리더십 바이러스

  • 입력 2006년 4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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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를 갖게 된 아서 왕이 그 칼을 사용하기 위해 먼저 한 일은 칼집을 만드는 일이었을 겁니다. 위대한 칼도 칼집이 있어야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칼집에서 칼을 빼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그것은 더 큰 승리입니다. 칼을 칼집 안에 두고 리드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입니다. 칼집은 리더의 성품입니다.―본문 중에서》

수백 마리의 아프리카 소 떼가 강을 건너려 하는데 악어들이 몰려와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어느 소도 먼저 뛰어들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잠시 후 한 마리가 용기 있게 강에 뛰어들고, 그제야 다른 소들도 뒤따라 뛰어든다. 한 자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이다.

눈앞에 악어가 있지만 더 좋은 풀을 찾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강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사명이다.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초원을 향해 가기를 포기한다면 모두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리더는 리더가 되는 순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주어진 권한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게 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압박도 받게 된다. 외로운 길에 선 리더는 그 순간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리더십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리더십 바이러스는 리더의 책임감을 ‘부담감’으로, 권한을 ‘권력’으로, 비전을 ‘야망’으로 변질시켜 버린다.

“사장이 되더니 괴물이 되었다” “위에 오르더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모두 리더십 바이러스에 노출된 결과다. 이 책은 리더십 문제로 고통받는 리더들과, 흔들리는 리더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직을 위해 쓰였다. 리더를 흔드는 병원균(바이러스)의 실체를 규명하고 그 증상과 함께 치료를 위한 백신을 처방한다.

갑자기 인기에 민감해진다, 직원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듣기 좋은 말만 골라 듣는다,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고집이 세지고 반대 의견이 나오면 상대가 항복할 때까지 논쟁을 멈추지 않는다, 책임을 부하에게 돌린다, 자신은 보기만 해도 다 안다고 믿는다…. 이것들은 리더십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대표 증상이다. 역사 속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과 후삼국시대 궁예도 이런 증세를 보였다.

반면 리더의 책임감을 ‘섬김’으로, 권한을 ‘권위’로, 비전을 ‘희망’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이 책은 ‘SED 백신’을 처방한다. SED 백신은 변화를 인정(Spoiling)함으로써 겸손이라는 항체를 형성하고, 개인의 소멸(Extinguishment)을 통해 리더가 조직으로 새로 태어나게 하며, 기대하지 않는(Don't expect) 백신을 통해 신뢰라는 항체를 형성하도록 한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개념들을 한 편의 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 쓴 것도 색다른 미덕이다. 추리소설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은 리더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긴다. 리더가 먼저 악어들이 우글거리는 강물을 건너야 한다고 믿는다. 이 책은 리더 스스로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악어가 무섭다고 리더가 먼저 뛰어들지 않으면 모두 굶어 죽어야 하듯이, 리더가 두려움 때문에 비전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모두 쓰러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리더가 그 사실을 깨닫고, 임무를 건강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좋은 벗이 되어 준다.

김창근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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