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자녀교육 이야기]<3>김 현 변호사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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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천에서 김현 변호사와 딸 민희 양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변영욱 기자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천에서 김현 변호사와 딸 민희 양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변영욱 기자
《“아빠, 내 취미 세 가지가 뭔지 아세요? 아빠랑 놀기, 아빠하고 책 읽기, 마지막은 아빠 안마해 드리는 거예요.”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는 김민희(7·경복초교 1년) 양의 아버지는 김현(50·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다. 그는 로펌 경영에 북한어린이 돕기 봉사 활동 등 30여 개의 모임에 참여하지만 술자리는 1차에서 끝내고 오후 9시 귀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매일 저녁 늦둥이 딸 민희에게 1시간씩 책을 읽어 주고 주말에는 수영을 함께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부모가 무엇을 해 주었는가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놀이도 교육입니다.”(김 변호사) 》

○ 아이를 위해 운동 시작

민희는 4세 때 아빠와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수영이나 스케이트를 비롯해 수중발레도 배웠다. 스키는 수준급이다.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집 인근 양재천을 달린다. 자전거를 타면서 민희는 아빠에게 “○○이가 좋다는데 난 별로예요. 학교에서 ○○이가 날 괴롭혔어요”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한다. 군복무 중인 아들 영훈 씨하고도 그랬다. 아들과는 주말에 등산을 하면서 마음을 터놓았다.

아이들의 운동에 관심을 쏟게 된 이유는 정작 자신이 그런 생활을 하지 못했기 때문. 서울대 법대 졸업후 미국 워싱턴대 박사 학위와 뉴욕 주 변호사 자격증을 딴 그는 학창시절 공부만 한 ‘범생이’였다. 미국 유학 때 스포츠를 생활로 즐기는 그들을 보고 ‘아이들은 꼭 운동을 많이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기 위해 자신이 먼저 시작했다. 지금은 헬스클럽에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갈 정도다. 내성적인 성격도 달라졌다.

김 변호사는 “운동을 많이 시키니 아이들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적극적이고 사교성이 좋아지더라”며 “민희에게 곧 아이스하키를 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엄한 아버지보다 자상한 아버지

김 변호사는 “한국 아버지들은 너무 엄해서 문제”라며 “내 아버지에게서 바람직한 아버지 상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 ‘나비와 광장’ 등을 발표한 모더니즘 시인 김규동(81) 씨. 김 변호사가 어릴 때,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바지 주머니 속에 같이 넣은 채 걷곤 했다. 김 변호사는 그 따뜻한 느낌을 늘 기억한다. 아버지가 해 주던 된장찌개와 빈대떡의 맛도 잊지 못한다. 가족이 해변에 놀러 가면 아버지는 세 아들 앞에서 헤밍웨이나 피카소를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 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할 만큼 자상했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아빠의 목에 팔을 감고 있던 민희는 “우리 아빠도 재밌어요”하며 거들었다. 민희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다가 심심해지면 민희에게 “너네 아빠 빨리 오시라고 전화해”라고 말할 정도다.

아들 영훈 씨가 사춘기 때는 고비도 있었다. 내성적이었던 영훈 씨가 아버지와 말을 많이 하지 않고 게임에 빠져 있을 때 김 변호사도 조급해하며 간섭을 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그는 “그 시기는 자아를 찾아가는 때이니 무리하게 아이를 다그치면 안된다”며 “아빠와 함께한 추억 덕분에 시간이 지나니 아들이 다시 돌아오더라”고 말했다. 아들은 요즘 “외롭거나 힘들 때 아버지와의 추억이 더 생각난다”고 말한다.

○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부모의 의무

김 변호사는 적극적인 아버지다.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는 아버지로서는 드물게 학교 육성회에 참여해 급식 시설 만들기를 주도했고 딸의 유치원 행사 때도 꼭 참석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일이 중요해도 그에게는 아이들이 최우선이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부모의 의무”라고 말했다. 아버지들이 어머니에게 교육을 맡기고 ‘바빠서 그렇다’며 늦게 들어오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가족도 항상 성의를 보이고 노력해야 할 대상이다.

김 변호사는 다이애나 루먼스의 시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을 추천했다.

그는 민희의 돌잔치 때 이 시를 손님들 앞에서 낭송했다. 그는 “모든 부모들이 마음에 담아 두었으면 하는 시”라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다이애나 루먼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 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 데 관심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마음을 열어 주는 101가지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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