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72>聞夷子는 墨者라 하니 墨之治喪也는 以薄爲其道也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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夷子는 思以易天下하나니 豈以爲非是而不貴也리오 然而夷子葬其親이 厚하니 則是以所賤事親也로다

夷子는 墨子(묵자)의 도를 신봉하는 夷之(이지)를 말한다. 그가 다시 찾아오자 맹자는 묵자의 주장 가운데 결점을 짚어내어 제자 徐(벽,피)(서벽)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처음 문제 삼은 것은 묵자의 무리가 薄葬(박장)을 추구하여 유교의 厚葬(후장)을 비판한다는 점이다.

墨者는 墨子의 도를 신봉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治喪은 상을 치르는 것을 말한다. 以薄爲其道也는 박장을 그 도로 삼는다는 뜻이다. 묵자는 장례와 상례를 행할 때 절약을 기조로 하여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인간의 바른 도리라고 주장하였다. ‘장자’ ‘天下(천하)’편에 보면, ‘묵자는 태어나도 노래하지 않고 죽어도 상복을 입는 것이 없다. 오동나무 관은 두께 3촌으로 하고 관을 둘러싸는 槨(곽)은 없다’라고 하였다. 思以易天下는 자신의 도리를 가지고 천하의 풍속을 바꾸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즉 厚葬의 풍습을 전부 박장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말이다. 豈以爲非是而不貴也는 반어법이다. ‘어찌 그 박장을 옳다고 여기지 않겠고 귀하지 않다고 여기겠는가?’란 뜻이니, ‘어찌 이것을 옳다고 여겨 귀하게 여기지 않겠는가?’란 말이 된다. 然而는 ‘그런데도’라는 뜻의 역접 연결사이다. 是는 묵자의 도를 신봉하는 夷之가 그 부모의 장례를 후하게 치른 사실을 가리킨다. 所賤은 夷之가 천하게 여기는 바인 厚葬을 말한다.

맹자는 묵자의 무리가 박장을 존중하는 것이 잘못임을 논파하고자 했는데, 우선은 묵자의 무리인 夷之가 도리어 부모를 厚葬한 사실을 들어 주장과 실천이 모순됨을 문제 삼았다. 즉 맹자는 夷之가 박장을 주장하지만 마음속에는 불안한 바가 있으리라고 힐문한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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