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47>痼 疾(고질)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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痼 疾(고질)

痼-고질 고 疾-병 질 壽-목숨 수

황-명치끝 황 腹-배 복 驕-교만할 교

長壽(장수)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단지 오래 산다고 長壽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長壽란 健康(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다년간 침대에 누워 지내면서 오래 산 들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까.

甲骨文을 보면 ‘(녁,역)’(녁)은 환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그린 다음 세운 글자다. 전혀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 까닭은 3600년 동안 한자가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100년을 못사는 우리 인간도 태어난 이래로 모습이 많이도 바뀌지 않는가?

따라서 (녁,역)은 ‘질병’을 뜻하게 되었으며 이 때문에 ‘(녁,역)’이 들어있는 글자는 모두가 질병과 관계가 있다. 病(병), 疲(피), 疫(역), 痛(통), 痲(마), 療(료)등 매우 많다. 痼는 (녁,역)과 固의 결합이므로 병((녁,역))이 나도 단단히(固) 난 병을 말한다. 그래서 뜻은 ‘고질병 고’다. 쉽게 낫지 않는 병을 가리킨다.

한편 疾은 (녁,역)과 矢(시)의 결합으로 矢는 화살을 뜻한다. 옛날 화살은 제일 빠른 존재였다. 그래서 여기서는 ‘빠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疾은 ‘화살에 맞은 병’이 아니라 ‘빠른 병’ 즉 설사나 복통, 식중독 등과 같은 급성 질병을 뜻한다. 그리 우려할 만한 병은 아닌 셈이다. 후에 疾자체가 ‘빠르다’는 뜻을 가지게 되어 疾走(질주)니 疾風(질풍)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痼疾이라면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병이 된다. 곧 불치병으로서 지금의 암이나 당뇨병 따위가 되겠다. 이들에 듣는 특효약이 없듯이 옛날에도 痼疾에 걸리면 살아날 수가 없었다.

옛날의 대표적인 痼疾은 膏황(고황)에 걸리는 병이다. 膏는 가슴아래의 명치부분이며 황은 가슴과 腹部(복부)사이에 있는 작고 얇은 막으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심장이 있어 잘못 건드렸다가는 생명이 위독하다. 곧 膏나 황은 急所(급소)인 셈이다. 이곳에 병이 들면 名醫(명의)로 이름난 扁鵲(편작)도 어찌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에 의하면 膏황 외에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痼疾’이 더 있다고 했다.

첫째. 驕恣不論於理(교자불론어리)-교만하고 방자하여 도리를 모르는 자.

둘째. 輕身重財(경신중재)-몸을 가벼이 하고 재물을 중시하는 자.

셋째. 衣食不能適(의식불능적)-먹고 입는 것을 절제하지 못하는 자.

痼疾이 肉身(육신)의 질병만 뜻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혹 또 다른 痼疾을 앓고 있지나 않은 지 한번 吟味(음미)해 볼만한 대목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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