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一 罰 百 戒 일 벌 백 계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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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罰 百 戒(일벌백계)

罰-벌줄 벌 戒-경계할 계 逸-숨을 일

聘-부를 빙 寵-사랑할 총 遇-대접할 우

孫子(손자·본명 孫武)는 전국시대 齊(제)나라의 兵法家(병법가)였다. 그가 지은 孫子兵法(손자병법)은 지금까지도 人口(인구)에 膾炙(회자)되고 있다.

그에게는 다음과 같은 逸話(일화)가 전해져 온다. 吳王(오왕) 闔閭(합려)는 그의 병법을 읽고 무릎을 쳤다. 하지만 實戰(실전)에도 능할 수 있을지는 심히 의문이었다. 그래서 그를 招聘(초빙)했다.

“그대의 병법은 다 읽어보았소. 어디 실제로 군대를 훈련시켜 보일 수 있겠소?”

“좋습니다.”

“여자라도 괜찮을지….”

“물론입니다.”

闔閭가 宮女(궁녀) 180명을 불러내자 孫子는 그들을 90명씩 두 편으로 나누고는 각각 闔閭가 가장 寵愛(총애)하는 宮女를 隊長(대장)으로 삼은 다음 전투지시를 자세히 일러주었다. 그러나 손자가 막상 명령을 내리자 다들 키득거리고 웃기만 할 뿐 움직이지를 않았다.

“軍令(군령)이 분명치 않아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장수의 책임이다.”

하고는 다시 큰 소리로 설명해 준 다음 命令을 내렸다. 그러나 궁녀들은 이번에도 웃기만 할 뿐이었다. 화가 난 孫子가 말했다.

“軍令이 분명한데도 듣지 않는 것은 隊長의 죄다.”

하고는 칼을 뽑아 두 명의 寵嬉(총희)를 목베려고 했다. 이 때 그의 훈련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闔閭가 황급히 전령을 보내어 만류해왔다.

“과연 장군의 用兵術(용병술)은 뛰어난 점이 있소. 하지만 과인에게 두 寵嬉가 없다면 나에게는 낙이 없소. 그러니 그들을 용서해 주구려.”

하지만 孫子는 물러서지 않았다.

“신은 이미 임금의 명을 받고 장수가 되었습니다. 장수가 군에 있을 때는 때로 임금의 명령을 듣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고는 마침내 두 宮女의 목을 베고 말았다. 그리고는 다시 대장을 임명하여 명령을 내리자 이번에는 마치 手足(수족)처럼 움직였다. 闔閭는 몇 일간 식음을 전폐하고 몸져눕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절묘한 用兵術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어 마침내 그를 大將軍(대장군)에 임명하여 전군의 지휘를 맡겼다.

이에 孫子는 闔閭의 知遇(지우)에 보답이라도 하듯 서쪽으로 楚(초)나라를 쳐서 크게 격파하고 북으로는 齊(제)와 晉(진)을 굴복시켜 위용을 천하에 떨쳤다. 一罰百戒는 한 사람을 벌줌으로써 萬人(만인)으로 하여금 警戒(경계)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위 공개처형이라는 것도 일종의 一罰百戒라고 할 수 있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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