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돼지인플루엔자(SI)가 ‘황제 바이러스’로 등극하는 데는 자격이 많이 모자란다.”
정부 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승철 삼성서울병원 교수(사진)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2003년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대책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2005년 조류인플루엔자(AI)부터는 독감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바이러스와 싸워 온 백전노장. 사스와 AI로 온 국민이 공포에 떨 때마다 그는 “우리 의료기술과 방역 체계는 최고 수준”이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그가 30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함께 다시 국민 앞에 섰다. 복지부 브리핑룸에 나타난 박 위원장은 SI가 △종간 변이를 일으켜 변종이 발생하고 △신종 바이러스라 인간에겐 면역력도, 특효약도 없으며 △인간끼리 감염되는 3가지 대유행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발생 한 달이 다 되도록 감염자와 사망자가 멕시코에만 몰려 있다는 것은 이 병이 보편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라며 “지역적인 상황이고, 빈민병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스페인 독감과 같은 ‘황제 바이러스’가 되기에는 보편적 파괴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또 “SI의 위험도는 흔히 독감이라 부르는 계절 인플루엔자보다도 못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선 1년에 계절 인플루엔자로 2만∼3만 명이 사망하지만 ‘늘 그렇기 때문에’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절 인플루엔자에 걸려 사망해도 사망 원인을 독감이 아닌 노환, 폐렴 등으로 쓰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인식되지 않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의 전염병 대응 체계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모델로 하고 있을 만큼 우수하다”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SI는 위험하지 않은 것이 팩트(fact·사실)”라고 말했다. 공항에서 미리 걸러내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감염 경로가 쉽게 파악되고 감염 시간이 오래 걸려 ‘예방방역’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복잡하게 얽힌 1일 생활권이다”라며 “감염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빨리 조치하는 ‘대응방역’이 지금의 새로운 방역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각자가 바이러스와 사활을 건 전쟁을 한다고 생각해 달라”며 개인위생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충분한 휴식으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