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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크엔드]멋으로 예술로 소장가치로 리모주 도자기

입력 2006-09-29 03:01업데이트 2009-10-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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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리모주의 도자기 생산 공장인 ‘루아얄 리모주’가 운영하는 직영 매장에서 쇼핑객들이 각종 디자인의 고급 도자기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김현진 사외기자
파리 사람들이 벼룩시장에 가서 그릇이나 도자기를 살 때면 늘 하는 버릇이 있다. 그릇을 뒤집어 바닥에 ‘리모주(Limoges)’라는 글자가 찍혀 있는지 확인하는 것. 만약 브랜드나 원산지가 리모주라면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본 뒤 구입을 결심하는 사람이 많다. 디자인이 독특한 데다 소장 가치도 높기 때문이다.

당장 보기 좋고 쓰기 좋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리모주산(産)을 찾는 주부가 많지만 예술적 가치에 주목해 소장 목적으로 구입하는 수집가도 상당수다. 한국, 미국, 일본 등 각국에서 온 골동품 업자나 상점 주인들도 벼룩시장에 쌓인 그릇 중에서 리모주산을 찾으려 애쓴다.

서울 이태원과 강남의 앤티크 숍을 찾는 마니아들에게 ‘리모주’가 새겨진 제품은 이미 유명하다. 최근에는 파리를 찾는 한국 주부들이 시내 면세점에서 리모주 접시세트를 구입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점점 유명세를 타고 있는 리모주 도자기의 인기 비결이 궁금해 최근 리모주에 다녀왔다. 리모주는 파리에서 375km 떨어진 프랑스의 중부 도시.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답게 시내 곳곳에 도자기 가게가 들어서 있다.

도자기 공장에서 직영하는 한 매장에 들렀다. 주말을 이용해 나들이도 할 겸 살림에 필요한 물건도 살 겸 이곳까지 온 파리지앵이 많은지 파리 번호판을 단 차가 많이 보였다. 파리의 그릇 가게나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값이 50∼70% 싸다고 한다.

리모주에서 가장 오래된 공장 직영점 ‘루아얄 리모주’에서는 정교한 문양이 돋보이면서도 전체적인 이미지는 깔끔한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시중 가격보다 싸다고 하지만 커피 잔과 받침 한 벌에 100유로나 하는 고가 제품도 적지 않다. 자세히 보니 손으로 작은 무늬를 일일이 그려 넣고 고급스러운 금테를 둘렀다.

우리 눈에 익숙한 브랜드의 로고를 단 제품도 진열됐다. 미국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과 리모주 마크가 나란히 새겨진 깔끔한 흰색 접시는 한 개에 4유로. 랄프로렌 브랜드의 도자기 라인을 리모주에서 주문받아 생산한 것이다.

가게 옆에는 이 지역 도자기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 제조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전시물과 도자기 제조에 사용된 화덕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맞춤 생산된 파리의 호텔과 레스토랑 식기류도 전시됐다. 파리의 5대 럭셔리 호텔 중 하나로 꼽히는 ‘플라자 아테네’의 로고가 찍힌 재떨이, 고급 레스토랑 ‘라 쿠폴’을 위해 만든 다양한 크기의 접시가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가게에서는 투명한 파란색에 금색으로 장식을 한 도자기 세트, 꽃 나비 등을 소재로 은은하게 채색한 그릇과 찻잔, 장식용 도자기 인형 등 수십 가지 제품을 판매했다. 가게를 둘러보는 주부들이 연방 감탄사를 외칠 만큼 리모주 제품에선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멋과 전통이 느껴졌다.

리모주 도자기 산업의 역사는 18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시장에선 흰색 점토인 ‘카올린’을 주 재료로 쓴 중국 도자기가 인기 제품으로 꼽혔다. 유럽의 장인들은 중국의 도자기 기술을 배우고 싶어 했지만 원료를 구하기 힘든 데다 중국에서 기술 유출을 막아 애를 먹었다.

루아얄 리모주의 매니저인 리샤르 르누아르 씨는 “18세기 말에 리모주에서도 카올린이 발견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도자기 공장이 성황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당대의 유명 예술가들이 도자기 문양을 디자인하고 채색하는 일을 맡은 덕택에 리모주는 초기부터 명품 도자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각광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런 까닭에 당시 리모주 도자기의 주요 고객은 유럽 각지의 왕족들이었다.

이들의 까다롭고 고상한 취향은 이 지역 도자기의 디자인과 품질에 영향을 미쳐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된 앤티크 제품은 물론 최근 생산되는 제품까지 최상급을 유지하게 됐다는 것.

리모주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최고 매력 포인트로 꼽는다. 하지만 매장에서 만난 쇼핑객들을 관찰해 보니 ‘리모주산’을 쓴다는 자부심을 느끼려는 의도도 다분해 보였다.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손님이 열심히 접시를 뒤집어 이왕이면 ‘리모주’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제품을 고르려 했다.

리모주(프랑스)=김현진 사외기자 kimhyunjin51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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