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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크엔드]그들에게 복싱은 효도의 길이었다

입력 2006-08-25 03:00업데이트 2009-10-0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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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로 일본인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는 가메다 고우키(왼쪽) 삼형제. 닮은 꼴의 두 동생도 권투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는 가메다 고우키. 그를 어깨에 올려 놓고 있는 사람은 몽골 출신으로 일본 스모의 챔피언 격인 ‘요코즈나’에 오른 아사쇼류. 사진제공 장혁진 통신원
2일 오후 8시부터 9시 반까지 1시간 반 동안 일본 열도는 숨을 죽인 채 한 사람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적이었는가는 TV 시청률로 확인할 수 있다. 평균 시청률은 42.4%, 순간 최고시청률은 52.9%였다. 올해 일본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가운데 4번째로 높았다.

바로 프로복싱 경기였다. 복싱 중계로는 1978년 WBA 주니어플라이급 타이틀매치 이후 최고의 시청률이다.

일본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 주인공은 올해 19세의 가메다 고우키(龜田興毅). 그는 이날 1회 다운을 당하고도 판정으로 승리해 WBA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에 올랐다.

그는 프로에 데뷔하기 전부터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며 ‘미래의 챔피언’으로 불렸다. 타이틀을 차지하지 않고서도 이처럼 관심을 끈 선수는 없었다.

가메다는 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복서다. 중학교 시절 아마추어 선수로 데뷔할 때부터 TV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소년티가 가시지 않은 앳된 외모, 직선적인 말투, 튀기 좋아하는 성격, 청중의 허를 찌르는 독특한 퍼포먼스…. 미디어는 소년 복서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였다.

오랫동안 ‘강한 일본’을 꿈꿔온 일본인들은 어리지만 대담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가메다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한물간 ‘헝그리 스포츠’로 여겨졌던 복싱은 그의 등장과 함께 예전의 인기를 되찾기 시작햇다.

특히 많은 여성이 경기장을 찾았다. 가메다의 경기에서는 여성을 위한 좌석 티켓이 별도로 팔렸다. 입장권은 금세 매진돼 인터넷 경매에서 비싼 값에 거래됐다. 일본의 누리꾼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 ‘2채널’에는 ‘가메다 고우키의 여자친구가 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방이 개설됐다.

그의 성공 스토리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한 어린 선수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챔피언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챔프’ 스토리에는 재능 외에도 독특한 가족 구성과 소속 체육관의 프로모션 전략, 일본 매스컴의 전폭적인 지원이 숨어 있다.

가메다 집안은 권투 가족으로 유명하다.

그는 삼형제 중 장남인데 2명의 동생도 복서의 길을 걷고 있다. 둘째 가메다 다이키(龜田大毅·17)는 슈퍼플라이급으로 프로 무대에서 5차례의 경기를 모두 이겼고, 셋째 가메다 도모키(龜田和毅·15)는 아마추어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뛰고 있다.

여기에 생계를 위해 권투선수의 길을 포기한 눈물 많고 개성이 강한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엄격하고 거칠게, 때로는 ‘도전자 허리케인’과 같은 복싱 만화에나 나올 법한 독특한 연습법으로 세 아들을 지도한다.

이런 아버지를 존경하고 따르며 복서의 꿈을 키워 가는 삼형제의 모습은 가족애와 아버지의 권위가 사라져 가는 현재의 일본 사회에서 ‘정이 넘쳤던 옛날’을 떠올리게 한다. 가메다의 홈페이지에는 “세계챔피언이 되어 효도하고 싶다”는 소망이 적혀 있다.

미디어는 이들을 앞다퉈 소개했다. 그 결과 ‘당돌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가메다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프로모션 전략도 주효했다. 가메다가 소속된 교에이 체육관은 일찍부터 그를 스타로 키우는 데 주력했다. 그의 챔피언 등극으로 10번째 세계챔피언을 배출한 이곳은 43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체육관의 회장은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챔피언을 만드는 비결을 밝혔다. “첫 번째는 철저한 투자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선수에게는 무조건 투자를 한다. 세계챔피언의 해외 합숙에 동행시키고, 세계챔피언 타이틀매치를 링사이드에서 보도록 한다. 두 번째는 이길 수 있는 상대와 대결시키는 것이다. 상대편 세계챔피언의 역량을 철저히 분석한 뒤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성사시킨다.”

소속 체육관은 트레이닝을 통해 선수의 기량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이미지와 팬클럽 육성까지 담당한다. 최근에는 ‘가메다 삼형제’라는 애칭을 상표로 등록했다. 일본 특허청에 따르면 특정 권투선수가 상표로 등록이 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사실 이번 타이틀매치의 이면에는 개운치 않은 뒷얘기가 남아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승이라는 말도 있고, 가메다가 철저한 ‘온실재배’에 의해 성장한 세계챔피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처음으로 치른 세계챔피언 타이틀매치이기 때문에 긴장해서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기량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19세 세계챔피언의 인기는 식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일본 사회가 오랫동안 찾고 만들어 온 스타이기 때문이다.

도쿄=장혁진 통신원·극단 ‘시키’ 아시아담당 총괄 매니저

escapegoa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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