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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크엔드]佛 와인업계 “젊은층을 잡아라”

입력 2006-06-16 03:06업데이트 2009-10-0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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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 대형 슈퍼마켓 ‘모노프리’의 와인 진열대. 포도 품종과 색깔별로 구분해 젊은 소비자들도 쉽게 고를 수 있다.
프랑스 샹파뉴에 있는 ‘모에 샹동’ 본사의 플래그십 스토어. 이 브랜드가 최근 선보인 튤립 모양의 잔과 로제 샴페인 세트가 진열돼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으로 꼽히는 ‘모노프리’. 파리 15구에 있는 한 모노프리 매장에 젊은 커플이 들어섰다. 그들이 다가선 곳은 매장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와인 코너. 이들은 잠시 제품을 둘러보다가 단숨에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한 병씩 골랐다.

이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모노프리 와인은 고르기가 쉽다. 제품 이름부터 와인의 재료로 사용한 포도의 품종을 가리킨다. 포도의 품종별 특징을 알면 마셔보지 않아도 맛을 상상할 수 있어 친절함마저 느껴진다.

병에는 더 상세한 안내가 적혀 있다. 예를 들어 포도 품종 중 하나인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레드와인의 병 뒷면에는 “16도로 보관하세요. 구운 고기류나 치즈와 잘 어울리는 와인입니다. 과일향이 강하며 입술에 젖어드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한 화이트 와인의 이름은 유명 포도 품종 중 하나인 샤도네였는데, 이 와인에는 “복숭아와 자몽향이 강하게 납니다. 12도로 보관하고 흰 살 생선 또는 고기와 곁들이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와인 제품들은 또 고유의 색깔로 분류돼 이름을 몰라도 큰 어려움없이 찾을 수 있다. 가격도 5000원 남짓으로 중저가 브랜드다.

할인점 까르푸에서는 병에 닭이 그려진 로제 와인이 있어 한참 들여다본 적 있었다. 닭을 브랜드 로고로 형상화했나 싶었는데, 이 그림은 와인과 곁들여 먹기에 좋은 음식을 안내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같은 ‘친절한’ 시도는 프랑스 와인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다. 오랫동안 전통을 고수해온 프랑스 와인업계에 위기 의식이 팽배하면서 다양한 판촉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와인을 잘 모르는 젊은 고객들을 타깃으로 해서 간단한 설명과 산뜻한 디자인을 가진 중저가 와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업계의 위기 의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급 과잉 문제가 불거지고 칠레 미국 등 ‘신대륙 와인’이 급성장해 프랑스 와인업계는 비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최근에는 프랑스 와인이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과의 테스팅 경합에서 지는 바람에 위기 의식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보르도 지방의 포도 재배업자 중에는 땅을 파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 지역의 포도밭은 에이커(약 1224평)당 약 700만 원, 6개의 침실이 딸린 포도밭 내 저택은 약 7억 원에 거래된다.

물론 고급 와인 카테고리에서는 프랑스 와인의 명성이 여전하다. 샤토 라투르, 마고 등은 국제적으로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고급 품종 재배 지역은 보르도 포도밭의 5%에 불과하며 전체 산출량의 10%에 그친다는 게 문제다.

여러 세기에 걸쳐 조상 대대로 가꿔온 포도밭과 삶의 터전을 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농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보르도 포도재배농가협회의 이브 다넹쿠르 회장은 “비관 자살하는 이들도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팔려고 내놓은 땅이 많아 5년 전의 3분의 1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인들의 와인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도 포도 재배 농가에 부담을 주는 원인으로 꼽힌다. 젊은 층에서는 포도 품종과 농가를 꿰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와인에 문외한인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은 와인보다 칵테일을 유행의 첨단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보르도 농가들이 팔려고 내놓은 땅을 사려는 이들 중에는 아시아의 신흥 부자와 투자자가 많다. 이들은 복잡하기로 소문난 프랑스 와인의 라벨을 단순화하고, 마케팅에 주력해 새로운 브랜드로 재런칭하려는 계획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 와인업계는 최근 전통적인 방식을 탈피하고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필자는 샹파뉴 지방의 샴페인(발포성 와인) 회사인 ‘모에 샹동’ 본사를 방문했는데 이 회사도 마케팅을 가장 강조했다. 이 회사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공동 마케팅으로 주목을 끌었으나 마케팅 매니저는 “이 기법도 이젠 신선하지 않아 25∼40세 여성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진 사외기자 kimhyunjin51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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