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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아크로폴리스]<32>한중관계

입력 2004-09-08 18:04업데이트 2009-10-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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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로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이 좋지 않다. 하지만 중국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만 바라보기에 한중관계는 너무 긴밀하다. 게다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가야 바람직한지에 대해 김재철 교수(44·가톨릭대 국제학부)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강지운(20·서울대 외교학과 2년) 백재현(19·가톨릭대 국제학부 2년) 전숭은씨(20·한신대 중국지역학과 2년)와 중국인 유학생 가오징(高晶·24·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가오씨는 칭다오(靑島) 중국해양대 한국어과를 졸업했다.

●변화하는 국제관계

▽김재철 교수=수교가 시작된 12년 전과 지금의 한중관계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의 변화도 이유겠지만, 중국의 국력이 급격히 증대되면서 중국의 대외정책이 변한 것도 원인이죠. 한중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 대외정책의 추세와 실체를 깨닫는 것이겠죠.

국제사회에서 점점 영향력을 키워 가는 중국에 대해 한국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한중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가톨릭대 김재철 교수와 한중 대학생들이 3일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에서 만나 토론했다. 왼쪽부터 백재현 전숭은씨, 김재철 교수, 가오징 강지운씨. -신원건기자

▽강지운=특히 요즘 중국과 한국의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오히려 중국보다 일본을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요. 중국과의 관계를 주변 강대국들, 특히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 교수=예전에는 한국과 중국이 공조하고 일본은 다른 편이었다고 볼 수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그 구도가 와해되고 있어요. 그것이 한국과 일본 대 중국의 관계인지, 아니면 전처럼 한국과 중국 대 일본의 구도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삼각관계인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다만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 어느 한쪽에 불신을 갖고 접근한다면 자칫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점은 알아야 해요.

▽전숭은=북한을 보는 중국의 태도도 많이 변한 것 같은데요. 중국이 한국보다 북한을 먼저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김 교수=중국이 한반도 정책을 결정하는 요인이 바뀐 것은 맞습니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한반도를 안보의 관점에서 봐 왔죠.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라는 말이 있죠. 그 입술에 해당하는 것이 한반도예요. 6·25전쟁에 중국이 참전한 것도 자국을 보호하려는 이유에서였죠. 그러다 1980년 이후 중국은 전략적 시각이 아니라, 경제적 차원에서 한국을 보기 시작한 거죠. 1980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이뤄지자 한국이 필요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북한 위주의 외교정책에서 ‘두 개의 한국’ 정책으로 옮겨간 거죠.

▽백재현=아마도 중국이 어느 한 국가에만 우호적이라면 자국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겠죠.

▽김 교수=사실 중국의 목표는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지난 한 세기 수난의 역사를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전의 위치’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 이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대외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요. 그것이 자칫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될 수도 있죠.

●한국과 중국의 시각차

▽가오징=교수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요, 중국이 의도적으로 다른 나라에 위협을 주는 것 같지는 않아요. 중국의 기본 정책이 확장적, 침략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 교수=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오해가 있을 수 있듯이,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오해가 있을 수 있죠. 요즘 고구려 문제만 해도 그래요. 동북공정은 사실 중국 내 사회 안정을 위해 소수민족을 중국의 일원으로 감싸 안으려는 정책이에요. 그런데 한국은 그것을 역사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거죠.

▽백=역사적으로 중국이 자국 중심적 성향을 보인 것은 사실 아닌가요. 자칫 중국의 힘이 커지면 패권국가의 성향을 띠지는 않을까요.

▽가오=주장이 날카로우시네요. 하지만 중국사람, 특히 한족(漢族)은 포용성이 큰 민족이에요. 고구려 문제도 한국처럼 민감하게 여기지 않아요. 제가 3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 선배가 ‘고구려를 내놓으라’며 저를 구박한 적이 있어요. 그런 걸 보면 한국인의 민족감정이 중국보다 더 강한 것 같아요.

▽김 교수=고구려사 문제는 양국의 합의처럼 학술적으로 풀어 나가면서 상호간 선의(善意)를 보여 주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 같네요. 문제가 생겼을 때 조율하고 이해를 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국제관계에서는 중요합니다.

●중국 급성장 위협이냐 기회냐

▽백=한국과 중국의 국가이념이 다르다는 점이 한중관계를 이끌어 가는 데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요.

▽강=양국이 아직 서로를 견제한다는 사고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유럽이 유럽공동체(EU)를 만든 것처럼 한국과 중국도 서로의 인식을 공유하는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면 어떨까요.

▽전=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데 다른 나라와 연계할 필요는 없을까요?

▽김 교수=우리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나라와 공조하면 한중관계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동남아국가들의 협의체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공조하는 것도 좋겠죠. 어떤 문제에 대해 중국과 일대일로 협상하는 것보다 같은 처지의 주변국들과 공조하면 잘 반영되지 않을까 하는 거죠.

▽백=그렇다면 앞으로의 한중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김 교수=현재 중국의 급성장에 대해선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합니다. 중국의 등장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과 기회로 보는 시각이죠. 최근에는 ‘중국의 가능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국제사회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요. 중국의 경제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죠. 한국도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중국을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정리=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중국 및 한중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

▽중국의 시대(민음사)=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등 중국 고위 관료들과 코닥 지멘스 등 서방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언론인 학자 외교관 등 37명의 필자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을 소개하고 미래를 진단.

▽반(反)조류의 중국(돌베개)=공산정권 수립 이후 중국에서 전개된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를 혁명과 개혁이라는 틀을 통해 소개. 1800년대 이후의 중국 근대사에 대한 설명도 수록.

▽한중관계사 1, 2(아르케)=한중 관계의 역사를 고찰. 랴오둥(遼東) 지방이 한국과 통합됐던 시기부터 랴오둥이 한국과 분리된 시기, 또 랴오둥이 중국에 통합된 시기 등 랴오둥 지방의 정치적 운명을 중심으로 한중 관계의 시기를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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