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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아크로폴리스]<19>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질서

입력 2004-05-26 18:31업데이트 2009-10-0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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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경제는 위기인가. 경제상태에 대한 진단은 그 사회의 기본 경제체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탐구에서 시작한다. ‘신아크로폴리스’는 이번 회부터 한국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탐구를 시작으로 한국경제 전반을 살펴본다. 이번 회에는 경제학자인 최광 국회 예산정책처장(57)이 정진호(25·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4년) 배혜려씨(20·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2년), 신영호군(17·서울 경신고 2년)과 함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질서’라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 남한 경제력 왜 북한의 15배 넘었을까

▽최광 처장=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를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그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고 삽니다. 경제체제의 중요성은 우리와 북한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겨우 50여년을 갈라져 살았을 뿐인데 남한의 경제력이 북한의 15배가 넘습니다. 바로 경제체제의 차이가 낳은 결과죠. 자본주의의 두 기둥은 사유재산권과 선택의 자유입니다. 사유재산권은 무엇일까요.

▽신영호=개인이 자신의 재산에 대해 권리를 갖는 거요.

▽배혜려=재산을 행사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그 권리 또한 침해받지 않는 걸 말합니다.

▽최 처장=그래요. 결국 당신 것은 당신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라는 겁니다. 배타적인 사용 권리가 있고 제3자가 무단 사용하지 못하도록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게 사유재산권입니다. 두 번째 기둥인 선택과 교환의 자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죠. 왜 사람들은 교환을 할까요.

▽신=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나 더 나은 걸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최 처장=교환으로 덕을 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선택과 교환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그런데 교환은 사유재산이 있어야 가능해요.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고르고, 근로자는 직업 선택의 기회를 갖고, 기업인은 뭘 생산하고 누굴 고용할지 정하는 등 모든 선택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기는 체제가 바로 자본주의입니다.

● 정부는 시장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심판’

▽최 처장=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한다면 정부는 ‘보이는 손’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정진호=정부는 개별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조정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방향을 제시합니다.

▽최 처장=경제학 교과서들은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더 근본적인 역할은 국민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며 공정거래를 유지하는 일입니다. 즉, 시장이 제대로 움직이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거죠.

▽신=정부는 경제활동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배웠는데요.

▽최 처장=맞습니다. 정부는 심판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만약 정부가 선수처럼 뛴다면 게임에 진 상대방은 패배를 수용하지 못할 겁니다. 각 나라의 경제개발 초기 단계를 보면 누가 뭘 생산할지를 관료가 결정합니다. 기업가는 관료에게서 이권을 따오는 데만 관심을 쏟고 소비자의 선호를 무시합니다. 그런 경제는 쇠퇴하기 마련이죠.

▽배=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었던 건 정부의 강력한 주도 때문이었다고 하잖아요. 이건 시장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와 대치되는 것 아닌가요.

▽최 처장=물론 60∼70년대 한국경제 성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무시할 순 없어요. 그러나 90년대 이후 세계은행(World Bank)이나 외국 학자들은 한국의 고속성장을 시장이 이끌었다고 평가해요. 정부가 이끈 측면이 있지만 크게 보면 시장이 주도했다는 거죠.


최광 국회 예산정책처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정진호(왼쪽), 배혜려씨(왼쪽에서 세번째), 신영호군이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시황판 앞에서 “자본주의는 사유재산과 선택의 자유를 두 기둥으로 하고 있어 인간 본성에 가장 잘 맞는 경제체제다”라는 명제의 현실적 의미를 논의했다.-전영한기자

●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성을 따르는 체제

▽정=자본주의 체제는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최 처장=최근 한국에선 외환위기 이후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빈부격차가 커졌어요.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의 소득분배 불평등은 더 심할 겁니다. 집단이 아닌 개인을 중심에 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야말로 효율적이고 공평하며 정의로운 체제지요.

▽배=한국에서는 정경유착으로 인한 각종 비리와 스캔들이 끊이지 않아요. 이건 자본주의체제의 폐해가 아닐까요.

▽최 처장=그건 오해인 것 같습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인 중국과 북한에도 비리는 만연해요. 사회 비리는 인간의 탓이지 체제 때문은 아닙니다. 또 다른 오해는 자본주의가 자본가의 지배체제라는 거예요. 자본주의 체제를 떠받드는 기둥은 사유재산권과 선택의 자유이지, 자본이 노동을 지배하는 데 있는 건 아닙니다.

▽신=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한 이유가 자본주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럴까요.

▽최 처장=역사적 발전단계에 관계없이 사회주의체제의 성격이 인간 본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붕괴한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운명을 제3자가 결정하는 사회는 인간본성에 맞지 않죠.

▽정=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계속될까요.

▽최 처장=자본주의는 인류의 역사적인 경험에서 나온 제도입니다. 경제체제에 관한 한 다른 어떤 체제보다 우월하며 앞으로도 이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리=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 자본주의 이해돕는 책과 영화

● 책

▽국부론(애덤 스미스·최호진 정해동 역·범우사)=영국 고전파 경제학의 시조인 애덤 스미스의 핵심 저작. 부의 원천은 노동이며, 생산의 기초는 분업(分業)이라는 것. 자유경쟁에 의한 자본축적이 국부 증진의 길이라고 역설.

▽자본의 미스터리(에르난도 데소토·윤영호 역·세종서적)=‘왜 자본주의는 서구에서만 성공했는가’가 부제. 제3세계의 빈곤 문제를 연구한 페루의 경제학자 에르난도 데소토가 서구선진국의 시각을 벗어나 서구의 자본주의를 분석.

▽국가의 흥망성쇠(맨슈어 올슨·최광 역·한국경제신문)=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자본, 노동, 투자, 저축 등의 경제적 변수보다 역사적 변화과정에서 찾음. 강력한 이익집단의 등장은 사회체제를 경직시켜 원활한 경제순환을 저해한다고 지적.

▽치명적 자만(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자유기업원)=근대 서구사회에서 사회주의와 복지주의의 물결을 차단하고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앵글로색슨의 원칙을 복권시키려 한 하이에크의 일관된 사고가 잘 드러남.

▽시티즌 경제학(토머스 소웰·서은경 역·물푸레)=기초 경제학 원칙을 잘못 이용하거나 오해할 경우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처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

● 영화

▽모던 타임스(Modern Times·찰리 채플린 감독·1936)=현대 산업사회에 접어든 미국 자본주의 체제를 블랙코미디로 분석.

▽남의 돈(Other People's Money·노먼 주이슨 감독·1991)=적대적 기업합병은 결국 자본주의의 기본 정신을 해친다는 점을 풍자적으로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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