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실업자 ‘종마’…‘그녀는 날 싫어해’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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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돈 섹스 등 미국사회를 까발린 미국 영화 ‘그녀는 날 싫어해’. 사진 제공 프리비젼엔터테인먼트
정치 돈 섹스 등 미국사회를 까발린 미국 영화 ‘그녀는 날 싫어해’. 사진 제공 프리비젼엔터테인먼트
하버드 MBA 출신으로 제약회사 중역인 흑인 존 해리(앤서니 매키 분)는 백인 회장의 비리를 폭로했다가 내부고발자로 찍혀 해고당한다.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된 그에게 레즈비언이 된 전 여자친구 파티마(캐리 워싱턴)가 찾아온다.

성공한 비즈니스우먼인 파티마의 용건은 정자를 팔라는 것. 파티마와 그녀의 여자친구는 둘 다 아기를 갖길 원하지만 정자은행이 미덥지 못해 몸과 머리가 수준급인 존에게 “수억 만개의 정자 중에 딱 두 마리만 달라”고 한다. 돈이 궁했던 존은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성공한 레즈비언들이 줄줄이 존을 찾는다.

11월 2일 개봉하는 영화 ‘그녀는 날 싫어해’는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 및 인종차별에 대한 고발과 섹스코미디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의회 청문회, 마피아까지 등장해 종잡을 수 없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2002년 수백억 달러의 빚을 안고 파산한 엔론사 사태를 보고 이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비윤리적인 기업문화와 섹스에 관한 미국의 위선을 풀어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영화에서 존은 워터게이트 건물의 경비원이었던 프랭크 윌리스와 비교된다. 윌리스는 괴한들을 처음으로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후 그의 생활은 평탄하지 못했다.

블랙코미디 여기저기에 녹아 있는 의미를 꼭꼭 씹어도 좋고, 조신한 레즈비언으로 나오는 모니카 벨루치의 망가진 모습 등을 보며 가볍게 킬킬거려도 즐겁다. 18세 이상.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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