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서 만난 삼국유사]'여행지서…' 맡은 고운기-양진씨

  • 입력 2003년 10월 9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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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씨(왼쪽)와 고운기씨

양진씨(왼쪽)와 고운기씨

●글: 고운기 "여행 길동무 될게요"

꼭 20년 전, 동아일보 광화문 옛 사옥의 둔중한 문을 열고 들어섰던 적이 있다. 그해 신춘문예 시에 당선되어 상 받으러 오는 날이었다.

어쩌다 ‘삼국유사’를 공부하게 됐고, 그래서 쓴 글을 가지고 동아일보를 다시 찾았다. 삼국유사의 현장을 다녀보니, 어느덧 할 이야기들이 생겨났다. 우리를 미소 짓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는 정경이 가득 펼쳐진다.

삼국유사는 불교 이야기 일색이어서 포교서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배경이고 무대일 뿐,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사람의 향기 가득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제 삼국유사 안의 그 사람들을 만나러 여장을 꾸린다. 같이 가고 싶으신 분들에게 쏠쏠한 길동무가 된다면 다행이겠다.

:약력: △1961년 전남 보성 출생 △연세대 대학원 박사(고전문학) △일본 게이오대 방문연구원 △동국대 연구교수(현) △저서에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삼국유사’ 등 다수

●사진:양진 "생명의 기운 담고 싶어"

봄이면 경주 남산 부처바위 앞에 피었을 산벚꽃이 눈에 아른거리고, 가을이면 무장사 터로 오르는 오솔길의 낙엽 소리며 물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덩그렇게 작은 탑만 하나 남은 옛 절터, 그게 그거 같은 마애불들을 무어 그리 볼 게 있느냐며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숨겨 놓은 애인을 만나러 밤길을 달려가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떠난다.

지금 찾아가는 유적지의 화려했던 모습은 대개 기록으로밖에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 터에서만 느껴지는 생기를 즐긴다. 빈 공간을 채워 주는 자연에 외경심을 느낀다.끼며, 바로 그 자리를 콕 찍을 수 있었던 옛 사람들의 혜안에 놀라워한다. 내 사진에는 그런 생명의 기운을 담고 싶다.

:약력: △1966년 대전 출생 △연세대 금속공학과 졸업 △고운기씨와 함께 ‘삼국유사’ 등의 사진 작업 △사람과 자연을 테마로 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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