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귀를 열 때 삶은 아름답다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정보기술(IT)의 눈부신 발달과 인터넷을 통한 지식 공유의 가능성이 무한하게 열리면서 시시각각 쏟아지는 지식 정보량은 가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추세 속에 어떤 미래학자는 앞으로 2020년이 되면 73일마다 기존 지식이 두 배로 증가되고, 2050년에는 지식총량 가운데 1%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사람들에게 정보 부족에 대한 고민은 이제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문제는 점점 많아지고 빨라지는 정보 흐름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통찰력을 갖는가’가 현안이 되었다.

사실 깊이 따져보면 성숙한 사람이나 공동체는 정보를 생산하고 말하는 일보다 오히려 표현된 정보와 말을 ‘잘 듣는 일(경청)’에 열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듣기 위해 귀만 열고 있으면 되는 일이 뭐 그리 힘든 일이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모름지기 ‘잘 듣는 일’이 어떤 일을 이루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관건이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라고 지적한다. 어느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는 것은 매우 적극적인 행동이며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집중해야 하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얼마 전 한 선배로부터 “이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사는 교회 지도자들이 거의 없는 것 같다”는 직언을 들었다. 자기만이 옳다는 주장이 팽배한 한국 교회의 풍토를 떠올리며 마음이 뜨끔했다. 과연 무엇이 교회를 교회답게 하고, 어떻게 해야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성숙한 공동체로 인식할 것인가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잘 듣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는 일, 앞서 걸어간 선배들의 말씀을 잘 듣는 일,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함께 뛰는 종교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일, 후배들의 진심어린 충고를 인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일, 또 세상 사람들이 상식선에서 하는 이야기지만 때때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충고를 경청하는 일….

새봄을 기다리는 시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언제나 우리의 내면은 더욱 성숙하게 된다”는 철학자 볼테르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겉으로만 듣는 척하는 위선적 경청이 아니라 반드시 경청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좀 더 집중해서 듣는 전인격적 경청에 익숙하게 된다면 세상은 더욱 좋아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상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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