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남루한 마을 정직한 삶 별빛만큼 아름답습니다

  • 입력 2007년 12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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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 절에 돌아가는 날이면 절 아래 마을의 풍경 때문에 발을 잘 뗄 수가 없다. 절 아래는 바다가 있고 바다 저 건너편에 불 밝힌 인가가 무척 아름답기 때문이다. 절로 가는 길, 고갯길 넘다 바라보는 바다 건너 마을의 불빛은 별처럼 아름답다.

그 불빛을 바라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하늘의 별을 보며 감탄하듯이 저 먼 외계 어디인가에도 우리가 밝힌 불빛을 보며 그렇게 감탄할 거라고. 뜨문뜨문 불 밝힌 마을의 불빛은 이 지상에서 봐도 하늘의 별처럼 아름답다. 이 세상 가난하고 남루한 집에 사는 사람들은 밤이면 삶의 고됨을 빚어 저토록 아름다운 별 하나를 떠올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적어도 삶에 대해서 거짓말하지 않고 위선을 떨지 않고 온몸으로 부닥치며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별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이라고 그 불빛은 말하는 것만 같다.

바닷가 마을에서 우리 절에 오시는 분들은 대개가 할머니들이다. 허리가 굽고 얼굴은 쭈글쭈글 하지만 미소는 곱다. 그 미소를 보며 나는 저렇게 정직하게 생을 살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해 보고는 한다. 큰 죄 짓지 않고 그냥 소박하게 살아온 사람들. 굽은 몸으로 밭에 나가 일을 하고 시금치를 뽑아 부처님께 올리는 사람들. 바다 건너 마을의 불빛은 그 사람들이 밝혀 놓은 것이다. 정직하고 소박한 마음의 사람들이 밝혀 놓은 불빛이 어찌 별처럼 아름답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생각해 보면 이 지상에 밝혀진 불빛 그 어느 하나라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그 불빛 속에는 한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노고가 있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더 나은 내일을 그리며 노력하는 사람의 꿈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한 개인의 삶이 작고 남루하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겠는가, 그 꿈의 크기와 가치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것을. 위대하고 화려해 보여도 그것이 거짓과 위선에 근거한 것이라면 그것은 작고 남루한 정직한 삶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절로 가는 고갯길에 서서 별처럼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의 불빛을 바라보며 삶이 이만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진실과 거짓도 하나 구분 못하는 화려한 바깥세상은 이 불빛 아래서는 오히려 초라하게만 다가온다. 정직하게 살아온 삶들이 별처럼 빛나는 고갯길에서 나는 내게 묻는다. 나는 삶에 대해 얼마나 정직한가?

성전 스님 경남 남해 용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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