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소록도 고흥주 장로 부부를 보세요

  • 입력 2007년 9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평생을 함께 살려고 노력하고 몸부림치지 않는 부부가 있을까. 하지만 이 시대의 높은 이혼율을 보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평생을 해로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서로 갈라서는 사람들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사연들이 있지만 아무튼 비극이고 아쉬운 일이다.

소록도에서 만난 고흥주 장로는 우리 교회 청년들에게 자기는 시편 22편 인생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비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니이다’는 것이 시편 22편의 내용이다.

고 장로는 초등학교를 다니던, 아직 세상을 알 수도 없는 어린 나이에 한센병 진단을 받았다. 바깥출입을 삼가고 집에 갇혀 살았던 그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듣노라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사람들이 입을 삐쭉거리는 흉물 인간 취급을 받았고, 쫓겨나듯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때로부터 반백 년. 68세가 되도록 외로운 섬 소록도에서 그는 살아왔다.

그는 같은 기독교인으로 소록도에서 만난 지금의 아내와 동병상련에 끌려 결혼했다. 그리고 수십 년 부인과 인생고락을 함께했다. 그가 다녔던 교회는 한때 400명의 교인을 섬겼던 적도 있었지만 줄줄이 하늘나라로 떠나고 지금은 20가정 교인들과 마을 어른들을 돌보고 있다. 우리가 김치와 추석 찬거리를 가져갔을 때도 고 장로 부부가 나서 집집마다 배달했다.

부부는 몹쓸 병에 얼굴이 상했고 걷기도 불편하며 손가락도 끊어져 나갔지만 그래도 새벽마다 교회에 나와, 나라와 교회를 위해 기도한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는 그때까지 그들은 평생부부로 살 것이다.

우리는 고 장로 부부를 통해 혼자 사는 것은 좋지 않다며 배필을 골라 아내로 짝지어 주신 하나님의 창조 원리 그대로 부부간의 특별한 조화를 볼 수 있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강건하거나 병들거나, 부유하거나 가난하게 되거나, 어떤 경우에도 서로 도와주고 보호하며 부부의 대의와 정조를 굳게 지키겠다는 혼인서약은 여전히 거룩하다. 이 약속대로 인생의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도 둘이 하나가 되어 행복을 가꾸어 가는 사람들은 바로 감동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황영준 광주 동산교회 목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